실제 가정주부인 A씨(30)는 생활고 때문에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가 전과자 신세로 전락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2시께 대전 동구 가오동 모 식품 매장에서 물건을 몰래 가져나오는 등 지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32만여 상당을 훔쳐왔다.
A씨는 물건이 없어진다는 주인 신고로 식품 매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에 의해 같은 달 26일 붙잡혀 절도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엄연한 범죄행위지만 그를 조사한 경찰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조사결과 A씨가 주로 훔친 물건은 생필품인 국거리를 비롯해 자질구레한 먹을거리, 샴푸, 핸드크림 등 생필품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남편이 별다른 직업이 없어 가정형편이 어려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동부경찰서 강종우 팀장은 “얼마나 어려웠으면 생필품을 훔쳤겠느냐?”라며 “견물생심(見物生心)으로 의도적으로 물건을 훔친 것이 아닌 생계형 절도로 판단해서 불구속 수사 처리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이처럼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제난을 이기지 못한 생계형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고물상에 침입해 구리선을 훔친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들렸다.
피의자 B씨(33)는 지난해 10월 대덕구 신탄진, 석봉동 일원의 고물상에 몰래 들어가 13회에 걸쳐 400만 원 상당의 구리선을 훔친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B씨는 훔친 구리선을 되 팔은 돈으로 생계를 어렵사리 꾸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검거되기 전에도 B씨는 별다른 직업을 갖지 못한 채 남의 물건에 상습적으로 손을 대 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담당 경찰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B씨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로 생각한다”며 “딱한 사정은 이해되나 이러한 행위가 상습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달 6일에는 유성구 봉명동 모 의류매장에서 25만 원 상당의 옷가지를 훔친 C씨(25)가 검거됐으며 지난달 12일엔 서구 둔산동 모 마트에서 한우고기 등 70만 원 상당을 훔친 D씨(42)가 꼬리를 잡혔다.
C씨와 D씨 모두 일정한 직업이 없는 무직자들로 소액 절도를 한 이유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나라 전체가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생필품 등을 훔치는 생계형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명백한 범죄행위이지만 피의자 사정을 들어보면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랬겠느냐 하는 생각에 딱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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