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해경 충남대학교 예술대학장 |
그 분들의 답변에 깜짝 놀랐다. 인디애나 음대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거나 아주 저렴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음악을 사랑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곧 이어 무대에 오른 베이커교수에게 노부부는 친밀하게 데이비드라고 이름을 부르며 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막간의 휴식시간에 다시 노부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대학가에 오면 언제나 주옥같은 강좌와 공연이 있고 수준 높은 지성을 배우기 때문에 늙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아! 이것이 미국의 힘이구나!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인구 6만에 불과한 블루밍턴에서 대학에서 개설하는 외국어강좌가 거의 90여개 국어에 이르고 문학이나 일반 교양강좌는 훨씬 더 많다고 한다. 나는 은퇴하면 대학가로 이사가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가라면 우리는 무엇이 떠오르는가? 충남대학교가 위치한 유성구 궁동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식당과 유흥가의 왁자지껄 소란함과 늦은 밤의 무질서가 먼저 생각난다. 예전 70년대의 대학생활을 추억하며 얼마 전에 가족과 함께 가 본 서울의 신림동도 마찬가지였다. 듣던 대로 고시촌과 그에 따르는 소비문화, 말초를 자극하는 분위기뿐이었다. 다른 기회에 가본 신촌과 대학로도 마찬가지이고…. 아마도 우리나라 어느 대학가를 가보더라도 지역사회와 공감하고 문화를 함께 향유하는 분위기는 찾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고유한 대학문화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미국이나 유럽 대학가의 흡인력이 있나 자문해 보면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나라가 경제나 스포츠처럼 외형적인 면에서는 세계 10위권에 속하면서도 어디에서도 진정한 선진국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화적인 면이 외형을 따르지 못하고 여기에는 뒤처진 대학사회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9년 기축년(己丑年)이 밝아왔다. 경제적으로 IMF때보다 더 어렵고 힘들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경제활동과 재정적자를 바라본다면 모든 게 어둡다. 그러나 우리의 능력과 기회, 정열과 비전을 생각한다면 전망은 밝다. 위기 때일수록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라고 빌 게이츠는 얼마 전에 조지 워싱턴대 강연에서 말했다. 그렇다. 열심히 공부하고 드높은 비전으로 가득한 젊은 대학, 문화를 선도하고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이야말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파도를 극복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하나의 동력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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