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은 건축물을 철거할 때 석면이 함유된 자재가 있는지를 행정당국에 신고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건축공사 시 석면 제조 및 사용 시 주의사항과 안전수칙 등이 주로 나와 있다.
이 두 가지 법률을 제외하고는 석면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법률은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합리한 점이 많거나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어 석면으로 인한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축법 시행규칙 제24조에는 허가 대상 건축물을 철거하고자 할 때에는 철거 예정일 7일 전까지 건축물 철거, 멸실 신고서에 석면 함유 여부를 기재하고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신고받은 행정당국은 철거, 멸실 신고서를 검토해서 석면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노동관서에 보고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철거 당사자와 공무원에게만 석면 함유 여부와 검토를 전적으로 맡기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에서 석면 함유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대전 지역 모 구청 철거담당 담당자는 “철거 당사자가 신고서에 석면 함유 여부를 표시해 제출하면 노동청에 보고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현장에 나가 건축자재에 석면이 들어 있는지 아닌지 실사를 한다거나 전문기관에 검토를 의뢰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 정부 산하기관이 석면 함유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또 철거 당사자가 석면 철거 시 큰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함유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면 석면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현실과 괴리된 부분이 다수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석면을 제조하거나 이를 다루는 현장에선 작업자에게 방독 마스크, 보호의 등을 지급하고 장비 보관함을 설치해야 한다.
공사 이전 석면 함유 여부에 대한 분석도 진행돼야 한다.
목욕시설과 탈의시설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고 해체작업 시 분진 발생 억제 등 각종 안전기준 수칙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철거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법에서 정한 기준대로 각종 설비를 갖출 경우 비용이 과다 소요돼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모 철거업체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기준을 모두 따르자면 1㎡당 공사 단가가 5만 원은 돼야 하지만 도급 단계가 많은 철거공사에서는 1㎡당 1~2만 원 선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법적 철거 기준을 다 따르자면 손해보기 일쑤다”고 지적했다.
석면피해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법률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석면 해체ㆍ제거 관련 의무위반행위별 처벌내용상에 건물주, 석면조사기관, 석면해체 및 제거업자 등으로 다원화돼 있는 책임소지자를 효율적인 관리 감독을 위해 건물주로 일원화할 필요성도 지적하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