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찾은 유천동 일대는 휘황찬란한 황등이 언제적 이야기였냐는 듯 암흑의 세계로 변해있었다.
집창촌 일대는 겨울바람 속에 흐느끼듯 펄럭이는 ‘성매매업소는 사라져야 합니다’라는 중부경찰서가 붙인 플래카드와 ‘개점휴업’, ‘폐업’ 등의 푯말이 업소에 달랑달랑 붙어있었다.
오후 9시가 될 때까지 집창촌 일대는 옛 기억을 더듬는 일부 남성들이 헛걸음질을 쳤을 뿐 한적, 그 자체였다.
10시 30분, 술취한 듯 비틀거리며 다시금 유천동 일대를 걸어보았다.
그러자 이번엔 옛 집창촌 일대에서도 제법 어스름한 곳에서 50대쯤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주위를 살피더니 말을 걸어왔다. 포주였다.
▲ 경찰 단속 6개월이 지난 7일밤 유천동 일대는 화려했던 황등이 꺼져 암흑의 세계로 변해있었다./손인중 기자 |
“젊은 양반, 한잔하고 가요”그냥 가려는 기자에게 그가 한 마디 더 내뱉었다.
“예전하고 똑같아요, 변한 건 없어요.”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작았고, 여전히 연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건물의 불은 물론 켜져있지 않았다.
그녀를 뿌리치고 조금 밝은 곳으로 가자, 그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잠시 후 중부경찰서 단속반이 나타났고,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날 본 처음이자 마지막 포주였다. 서부터미널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한때는 집주소에 유천동이라고 적기도 창피했는 데 이제는 유천동이 환락가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어서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유천동 텍사스촌에 철퇴가 가해진 뒤 불법 성매매가 빠른 속도로 ‘척결’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인근 슈퍼 등 영세상인들은 유동인구 감소로 삶이 더욱 고달파졌다고 한다.
6년째 유천동 입구에서 순대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옥(48)씨는 “아이고, 기자님 기사 잘 써 주셔서 유천동 일대 좀 살아나게 해 주세요, 집창촌이 사라진 건 좋은 현상이지만 손님이 없어 걱정이에요, 이웃 세탁소나 미용실은 대부분 개점휴업상태에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천동에서 떡볶이를 파는 60대 노파 또한 “보통 분식이 겨울철에 잘 팔리는데 여기는 그러지 않았어요, 항상 밤이면 사람들로 부쩍였는데 이젠 옛날 얘기가 돼 버렸죠”라며 푸념했다.
관할 경찰서장이 바뀌면 텍사스촌 영업이 다시 재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도 있었다. 또 다른 노점상인은 “재개발된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느 세월에 될 줄 알아요, 그리고 그만둔 사람들이 많지만 일부는 서장님이 곧 가실 거라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웃겨요. 저 같은 사람도 은근히 그걸 바라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 주민의 말에서 현재 유천동 텍사스촌 불이 꺼져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회에서 불법 성매매 풍토를 근절한다는 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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