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을 보니 상징적인 제목의 행사가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내일(10일) 금강하구 일대에서 갖는 ‘철새와 함께 자연에 로그인하기’ 행사가 그것이다. 하늘과 바다에 ‘로그인’하고 들어가 직접 가슴을 트고 ‘채팅’하지 못하는 사람들, 정작 실생활 속 로그인에 서투르거나 컴퓨터 없이는 한발짝도 세상과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겨냥한 체험행사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해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세상을 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까먹고 살았다. 자연과 맞닿아 대화하길 거부하고 초고속 정보의 바다에서 가창오리와 고니를 만난다. 지식으로 가는 고도의 훈련 과정은 삭제되고 지식의 개념마저 흔들리고 있다. 밤새 캐낸 지식이 조잡한 신지식의 이름으로 마구 떠다니는 걸 보면 맥빠진다.
불안한 항해는 사고를 자초한다. 태안 유조선 사고의 본질 역시 항해규칙 위반이었다. 아이들 머리맡에 놓아둘 인생 항해 규칙을 찾아낸 것도 그래서다. 물살의 흐름에 맡기고 당황하지 말라. 바위를 의지하라. 소용돌이에 빠지면 발을 먼저 밖으로 내밀어라. 최악의 상황에선 때로 잠시 그대로 두라. 위험이 있어 내가 여기 있다.
로그인을 통한 정보다발만으로 만날 수 없는 것도 많다. 부활절 달걀도 없고 옥토끼도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신화나 전설이 없다면 사이버 쓰레기와 정보시체 사이에서 따뜻한 시스템들은 로그아웃되지 않을까. 어떻게 늑대였던 우리가 시민이 되었을까, 라는 홉스 식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가 접근하는 오프라인 세상에는 가지런한 항해규칙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연초에 자주 하게 된다.
금강변의 철새를 보려면 먼저 그들을 방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공명을 통해, 이해란 그 상대방과 같은 마음으로 바라봄임을 배워야 한다. 철새와의 로그인을 통해 알아야 할 오만 가지 지혜도 이런 것들이리라. 나침반도 없고 돛도 꺾이고 해킹 위험이 상존해도 세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로그인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디와 비번을 넣어 엔터키 치고 다시 항해일지를 써야 하리라.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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