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술 한국교원대 총장 |
또, 주민등록 소재지와의 관계에 따라서도 세금이 다르고, 큰 아파트, 작은 아파트, 강남이냐 강북이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사고파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서도 다른지 모르겠다.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잘 모르는 서민들은 억울하게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고, 전문가들은 내야 할 세금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문외한인 내 생각에도 정부는 살 때의 가격과 팔 때의 가격만 알아서 그 차액만 가지고 양도세 물리고,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살 때의 가격으로만 세금을 과하면 간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문제는 경제보다 더 복잡한 것 같다. 과학고, 외국어고, 영재고, 국제고, 개방형 자율고, 자립형 사립고, 마이스터고, 기숙형 공립고 등 현란스러울 정도로 복잡하다. 수능 성적도, 평균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점수 등 통계 전문가가 아니고는 알 수 없게 복잡하다. 입시 방법도 수능성적, 내신 성적, 본고사, 면접 등이 있고, 각각의 반영비율을 정부가 일일이 걱정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정부는 보통 공립학교 교육에 신경을 쓰고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완전히 풀어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교를 만들고 말고는 사립 재단에 맡기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정책은 단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수요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정부의 규제를 없앤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학교의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 한 예로, 정부에서 노력하지 않아도 민족사관고등학교 같은 우수한 고등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같은 것도 취지는 좋지만 다양화는 정부가 할 것이 아니라 민간에 맡기고, 정부에서 해야 할 것과 민간에 맡겨야 할 것을 구분하여 정부에서 할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입시도 대학에 맡기면 되고, 정부에서 국립대학 사립대학 다 걱정하지 말고, 정부는 국립대학에나 신경 쓰는 것이 옳은 일이다.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정부의 모든 규제를 풀기만 하면 얼마든지 명문 사립대학들이 나올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자동으로 퇴출될 것이다.
골드버그 머신이라는 것이 있다. 매우 단순한 작업을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게 처리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것은 미국의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라는 사람이 그린 ‘자동냅킨’에서 유래된 것이다. 밥 먹고 그냥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 될 것을,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자동으로 입을 닦는 장치를 만화로 그린 것이다. 이 만화로 골드버그는 퓰리처상까지 받는 행운을 얻었다. 일부러 복잡하게 일을 처리하는 행정절차를 풍자한 만화였다. 이 만화의 정신을 이어받아 미국에서는 매년 골드버그머신 콘테스트라는 것이 열리고 있다. 단순한 작업을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냐를 시합하는 대회다.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대회로는 아마도 금메달감일 것이다.
이런 발상으로 한국교원대학교에서는 ‘골드버그머신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행정절차 간소화 운동을 좀 생뚱맞게 이름을 붙여 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골드버그 머신이 참 많은 것 같다. 골드버그 머신은 없어야 할 것이며, 특히 정부 정책에서 골드버그머신은 더욱 없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불필요한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입안자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는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복잡한 현상도 그 본질에 들어가 보면 단순하다. 그 단순성을 보아야 불필요한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기축년 새해에 우리 정부도 정책을 좀 단순화시켜 간결하고 효율적인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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