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냄새가 좋아 일부러 연초제조창을 한 바퀴 휘돌아 귀가하던 그때는 그랬다 치고, 금연을 한 지금 읽어도 향기가 가시지 않았다. 양반 자제들이 말 탄 기생에게 채신없이 담뱃불을 붙여주는 신윤복의 ‘연소답청(年少踏靑)’을 가장 낭만적인 그림으로 꼽았던 시절이었다. 금연론자와 흡연론자 간 팽팽한 논쟁을 첨단 학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유학의 전통을 또한 사랑했다. 금연론자인 우암 송시열의 논리나 담배유익론자이면서 골초인 다산 정약용의 논리를 같은 무게로 존중했다.
경제적으로 덜 빈한했던 그때는, 비싼 담뱃값 때문에 담배를 끊으라는 성호 이익의 말은 전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어렵고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 시대 흡연자들은 어떨까? 통계를 보니 새해 들어 며칠 사이에 은단(34.2%)과 껌 판매량(14.5%)이 늘어난 반면, 담배 매출은 10.4% 하락했다. 작심삼일이 되어, 건강 생각하다가 정신건강만 나빠졌다는 말이 이내 나오는 한이 있어도 흡연자 68%의 새해 결심은 일단 ‘금연’이다.
한 모금의 담배가 시름을 잊게 해주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그러나 실은 담배 피우고 싶은 욕구 자체가 스트레스인 것이다. 금연의 최대 장애물은 자기 자신의 의지 외에 다른 흡연자다. 기억하기로 옛날 김일 선수는 레슬링하러 나오면서 장죽이 그려진 가운을 입고 나왔다. 담뱃대는 무슨 전통문화의 상징으로나 여겨졌고, 담배를 귀한 약초 다루듯 하면서도 후했던 조선의 담배 인심은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담배 끊기가 더욱 힘들다. 세계질병분류기호 상으로 흡연은 ‘담배로 인한 정신적, 행동적 장애’다. 국회에서는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디자인을 넣어 피울 마음이 싹 달아나게 하자는 시도가 있었다.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생산하시겠습니까?’라는 경고 문구를 넣자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금연에 필요한 것은 독한 마음이다.
이 순간도 금연 경고문 아래서 안개를 토해내듯 담배연기를 토해내는 사람들의 고뇌를 이해한다. 하지만 경제 위기든 뭐든 담배로 이겨내지 말고, 건강으로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향기를 다시 맡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서 담배씨 속을 파서 뒤웅박 만드는 소리를 써본 것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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