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성 |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지도는 길 찾는데 도움을 주는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도구지만 저는 지도를 보고 시각적인 만족감을 얻었어요. 하나의 작품이라고 봤죠.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에게 단순한 도구인 지도가 저에게는 그림의 소재로 사용됐습니다”
그의 말처럼 어찌보면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정물화를 그려내듯 지도 역시 지구에 놓인 갖가지 인공물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회화 작품으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모습이 먹이감을 기다리는 듯 잔뜩 웅크려 있는 용맹한 호랑이로 묘사되거나 장화모양을 한 이탈리아 반도를 희화하는 과정도 유사한 과정으로 보인다.
권 작가는 지도의 표현방법을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얼핏보면 손바닥이나 눈동자를 그린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지도가 있다. 연두빛 바탕 위에 도로와 기호는 지도에서 봐오던 것이다.
그는 지도에서 사용된 표현 양식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다시 그려냈다.
잎맥을 고속도로로 그리고 잎의 각 부분들은 더 작은 행정구역들의 형태로 표현하거나 눈동자의 둥근 형태를 완만한 형태의 등고선으로 핏발이 선 부분을 산으로 올라가다 끊기는 도로로 그려‘나뭇잎시 전도’나 표현한 ‘눈동자산 국립공원 주변도’를 탄생시킨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된 작품은 부분적으로는 세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조화로운 이미지로 만들어진다.
“그림을 그릴 때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제 자신이 시각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요. 조형성을 중시하는 편이죠. 지도를 이용한 그림도 의미를 찾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작가전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권 작가는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좋은 기회가 주어져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앞으로는 의미를 찾아가는 노력도 해야될 것 같구요.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을 통해서는 관람객이 제가 지도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새로운 길이 어디로, 어떻게 뻗어나가게 될지 궁금해진다./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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