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계속될 경기 한파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연계에도 일대 한파가 급속히 몰려들고 있다. 지역 공연계는 환율인상, 관객들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관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객은 지갑 열기를 망설이고 기업도 협찬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얼어붙은 관객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춘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히트 아이템인 ‘1000원의 행복’은 유명 공연들을 관람료 1000원으로 제공한다. 올해는 서울 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빈 소년 합창단과 선명회 합창단 공연을 선사한다.
크레디아, 마스트미디어, 빈체로 등 클래식 공연 기획사 3사는 따로 준비하던 핵심 공연 3개를 묶은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또 금호아트홀은 저렴한 학생석을 늘렸다. 기획공연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의 학생석을 기존 41석에서 100석 정도로 늘린다. 자리도 뒷줄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로 확대해 더 많은 학생이 더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게 했다. 초중고생은 8000원에 학생석을 살 수 있다.
성남아트센터는 10일 개최하는 신년음악회 티켓을 전석 1만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신년음악회 가격 2만∼5만원보다 크게 내려간 금액이다.
지역에서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하 전당)과 지역 기획사들은 계속되는 환율인상에 대규모 외국 초청 공연을 대폭 줄이거나 계약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올해의 경우,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대형 외국 초청 공연보다 ‘알뜰 공연’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예를 들어 소규모 공연이나 국내 공연 초청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비용 문제에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썰렁한 객석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며 “이를 대처할 묘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전당은 실내악 단체 초청 공연에 중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 미국 링컨센터 소속의 오라이온 콰르텟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독주회,유러피안 재즈 트리오 초청 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음악 외에도 유치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뮤지컬 피터팬(라스베가스 플라잉 기술팀),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공연을 해도 관객들이 얼마나 올지 여부다.객석이 차지 않으면 영세한 기획사들의 줄도산은 불가피 하다.
해외 유명 초청공연도 대부분 만석을 찾으나 환율 인상으로 초청비가 2배 가량 늘어 관람료를 올리지 않으면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람료를 올리면 상대적으로 관객 유치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비심리 위축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가 공연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경기 불황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 공연 일정을 잡기도 어렵다.
연초에 초청공연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면 하반기 해외 초청 공연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연일 등락폭이 엇갈리는 환율 시장을 바라보는 지역 공연계의 시름은 이래서 더욱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공연계는 아이디어가 마땅치 않아 난감해 하고 있다.경기가 호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상황에 넋을 놓고 있다는 게 또 다른 연주자의 아쉬움이다./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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