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남간정사 입구 오른쪽에 있는 기국정(杞菊亭) 처마 서까래가 내려앉아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본보 보도가 나간 후 대전시는 기국정 앞에 공익근무요원을 배치시켰다가 12월부터는 아예 남간정사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잠가 버렸다.
또 외삼문 앞에 ’건물이 노후 된 관계로 파손된 부분이 있어 견학하는 학생이나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느껴 부득이 문을 닫았다’는 입간판을 설치했다.
담장 밖에서 들여다 본 기국정 앞에는 노란 펜스와 함께 출입을 금하는 줄이 쳐져 있었으며 떨어져 나간 문짝과 붕괴된 기단이 위태로워 보였다.
우암사적공원은 지난 1998년 대전시가 우암 선생의 뜻을 기리고 대전정신을 창조하는 역사 교육장을 만든다는 취지로 110억 원을 들여 조성한 것으로 남간정사와 기국정, 남간사, 유물관, 이직당, 덕포루 등이 있으며 장판각에는 대전시 유형문화재 1호인 송자대전판목이 보관되어 있다.
우암사적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남간정사는 계곡에 있는 샘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이 건물의 대청 밑을 지나 연못으로 흘러가게 설계한 독특한 건축구조로 우리나라 3대 전통정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박은숙 대전시문화관광해설사는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엔 푸른 잎들이 무성하며 가을엔 단풍, 겨울엔 흰 눈이 소복한 정원의 자태는 남간정사의 매력인데 기국정 붕괴 위험으로 출입을 금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입을 금한다는 입간판을 보고도 외삼문 앞에서 자물쇠로 잠긴 문을 흔들어 보던 김상현(66·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씨는 “우암 선생이 대전의 대표 학자이듯 선생의 혼이 깃든 남간정사는 대전의 대표 문화재인데 보수도 하지 않은 채 문을 잠가 놓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대전시 문화재 담당자는 “기국정에서의 안전사고 위험으로 어쩔 수 없이 출입을 금하고 있는데 기국정 자체는 문화재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아 예산 수립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하며 “종중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년 여름이전에는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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