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주가가 동반으로 폭락하는 등, 모든 경제지표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이를 비껴가지는 못할 것이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대외경제여건의 변화로 수출이 눈에 띄게 줄어 무역수지는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로 경제대국을 이룩한 우리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우리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40%이상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 최창우 대전시한의사회장 |
금년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무튼 지난해는 우울한 일이 너무나 많았던 한 해였음이 분명하다. 온 천지를 이처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고 무자년이 쥐새끼처럼 그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다행인 것은 그 자리를 기축년 소의 해가 대신하며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년 한 해를 가축동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소와 함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해보다 반갑고 정감이 더한다.
소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상서롭고 근면을 상징하는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실함과 끈기를 지닌 동물로 우리와 친근함을 유지한지가 이미 오래다. 이러한 소는 우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길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중심인 미국의 월스트리트에서도 경제호황기에는 소를, 불황기에는 곰으로 각각 그것의 상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연유인지 월스트리트 보행로의 한가운데 소의 실물크기인 동상을 턱하니 세워놓고 있는데, 아마도 호황을 염원하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그 동상의 뿔을 만지면 재운이 따른다하여 연일 사람들의 손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에 대한 애정에서 동서가 같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또 유익함을 따져보아도 소와 견주어볼 만한 동물이 없다. 우리의 농사일을 거의 도맡아주고, 물건을 운반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비록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로 그 역할이 줄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소는 집집마다 매우 소중한 재산이다.
우리네 아들딸들의 비싸고 비싼 대학 등록금을 소가 마련해주었으니 그 위력이 진실로 대단하기만 하다. 그렇게 마련한 학비로 세계 최고수준의 고학력을 자랑하며, 선진국 반열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우리다. 참으로 고마운 소가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죽어서는 우리에게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든 것을 주고 떠나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고마움을 산업화와 자동화의 홍수 속에, 그리고 유전자기술의 발달로 까맣게 잊고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소가 주는 교훈이라 할 것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 하였다. 성질 급한 우리가 보기에는 답답해 보이지만, 뚜벅뚜벅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끈기에서 그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10년 전 IMF사태도 극복하였던 우리다. 금번 위기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우랴 싶다.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 나가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가 저 멀리서 다가오리라 확신을 한다. 우보의 끈기와 함께하면 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