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일, 오전 5시 30분, 대다수 시민이 기축년 ‘희망의 꿈’을 꾸고 있을 무렵, 대전도시철도 1호선 새해 첫차가 서대전네거리역을 출발했다.
출발 시각을 맞추기 위해 박씨는 이날 오전 4시부터 판암 차량기지에 나와 전동차를 점검하고 나서 5시 판암기지를 떠나 서대전네거리 역에 도착했다.
한바탕 부산을 떨고 난 후 새해 첫 전동차의 기적을 울릴 준비를 모두 마치고 드디어 출발. 시민들의 기축년 꿈을 실은 전동차는 레일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역을 빠져나갔다.
박씨는 “우연히 첫차 기관사로 배차됐지만 이 덕분에 새해엔 왠지 더욱 바쁘고 보람있는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나서 “올해엔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2세를 계획하는 등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겠다”며 새해 포부를 밝혔다.
박씨는 20대 다른 직장을 전전하다 비교적 안정적인 기관사의 꿈을 품고 지하철 공사에 투신하기로 했다.
얼마간 책과 씨름하던 그는 대전도시철도 공사 합격증을 받아들게 됐고 고향인 부산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전동차 운전대를 잡은 지 아직 3년밖에 안 된 ‘신참’이지만 직업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특히 몸이 불편한 이웃들의 발이 돼 준다는 점에 뿌듯해한다.
박씨는 “전동차를 몰다 보면 장애인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며 “그분들이 전동차를 타고 웃음을 지으며 재미있는 여행을 하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를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해를 맞는 대전시민들을 향해 덕담을 건네는 의젓함도 잊지 않았다.
박씨는 “첫차나 막차를 몰다 보면 승객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해 안타깝다”며 “새해엔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 시민들 얼굴에 함박웃음 꽃이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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