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썸바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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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썸바디’를 기다리며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02 13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반 년 전, 중도일보 사옥을 이전한 후 논설위원을 괴롭힌 3대 소음이 있다. 둘은 비밀이고, 도로 맞은편 상점에서 들려오는 충격음에 가까운 음악 소리는 나머지 하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보자는 심산으로 나만의 방식대로 가사 분석을 마친 노래가 ‘노바디’.


아이 원트 노바디 노바디 벗츄(I want nobody nobody but You)
난 다른 사람은 싫어 니가 아니면 싫어
I want nobody nobody nobody nobody

너가 아닌 아무도 원치 않는다는 이 노래를 골백번도 더 고성능 앰프로 들으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원적 물음에 직면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불교 식 참된 나(진아·眞我)를 찾고자 침잠했으며, 어떤 날은 예수가 제자들에게 던진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는 의미심장한 화두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노바디의 답가(答歌) ‘애니바디’가 나온다. 사랑을 떠나 보내는 남자의 아픈 마음이 랩으로 포장돼 있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겠지만, 애니바디(누구든지, 누군가)의 의미가 전보다 확장된 긍정이어서 좋았다.

아이 원트 노바디 노바디 벗츄(I want nobody nobody but you)
애니바디 애니바디 벗 미(Anybody anybody but me)

가사가 ‘노바디’에서 ‘애니바디’로 이행하는 동안, 우리에게 공통된 타자,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귀속될 수 없는 그 누군가를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지 못하게 하는 막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짜증스러운 음악의 바다를 유영하며 그저 주어진 대로가 아닌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내공도 쌓여갔다. 소림사의 육중한 무쇠솥과 맷돌을 들려면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소림사 주방장들의 내공이 쌓였던 것처럼, 아마 그래서 소림 무술이 소림사 주방에서 나왔던 것처럼.

그럭저럭 자신의 직관을 존중하며 무늬와 결까지 보자는, 지난 여섯달 간 수행을 끝내고 다시 층을 옮겨 이사한다. 소음 같은 음악이, 박자와 곡조로 세련된 거친 소리에 불과한 것(T. 풀러)에서 인류가 갖는 가장 보편적인 리듬의 언어(롱펠로우)로 바꿔 탄 순간에 떠나려니 아쉽다. 무엇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것을 대상화시키는 작업이라는 작은 깨달음은 남겨두고 간다.

지난 연말, 나에게도 너에게도 고유하지 않은 생명의 익명적 태동에 눈뜰 무렵, ‘노바디’가 한겨레21에 의해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타자에 대한 부정보다 나 자신에 대한 상실감을 강조한 선정이 아닌가 한다.

배신당할까 의심하고 못 미더워 다가가지 못하고 천일야화 속 술탄처럼 가까운 사람을 해치기도 하는 편집증적이고 망상적인 사람들. 그 누군가가 누군가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고독이 스며들고 사랑에 빠지면 역설적이게도 섬 같은 고독이 동반된다. 아무것도 아닌 무명인 ‘노바디’에서 누군가(somebody), 누군가 딴 사람(someone else), 누군가 적당한 사람(some suitable person). 상실감을 접고 진실로 나도 여러분도 그런 주인공으로 살기를 기도하며, 또 특정한 누군가 ‘썸바디’를 기다리며 삼가 한 해를 연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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