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호]다문화 시대의 교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도한호]다문화 시대의 교회

[목요세평]도한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01 20면
  • 도한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도한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단일민족을 자랑으로 여겨 왔다. 역사는 자취를 남겼지만 그동안 자랑으로 간직해 온 ‘단일민족의 신화’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평균 백만 명의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으며, 2005년 통계청의 통계에 의하면 한 해 31만 6천 375건의 결혼식 중 국제결혼이 4만 3천 121건에 달한다고 한다. 즉 우리 국민 결혼의 13.6퍼센트가 국제결혼인 셈이다. 그러나 2008년 통계는 11퍼센트로 국제결혼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도한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 도한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1990년에서 1995년까지는 100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을 했으나 1995년 이후에는 100쌍 중 열 세 쌍 이상이 국제결혼을 한 셈이다. 특히, 농촌에는 신혼부부를 가진 다섯 집 중 한 집 이상이 외국인 며느리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외국 여성은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일본 순서로 나타났으며, 이혼을 포함하여 이들이 격고 있는 문화적 충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남성이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워 여성을 지배하고 가정을 다스리던 사회가 아니며 단일민족 단일문화를 자랑으로 여길 나라가 아니라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외국 여성을 이해하고 비교적 따스한 마음으로 그들을 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소속의 한 연구위원의 보고에 의하면 자신이 강사로 초청받은 한 모임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부모와 가족의 심정으로 외국인 여성을 돕고 보살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인은 외국인 여성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주민과 다문화 사회로 변화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 반응이 자기 자신이나 자기 가족과 관련될 때는 소극적인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는 그들을 어려움에 처한 대상으로 측은하게 보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진 반면, 나와 관계있는 동등한 사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교회와 종교의 역할이 기대된다하겠다.

한국 개신교회는 1885년 선교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의료사업을 먼저 시행했으며 심훈의 ‘상록수’가 말하듯 문맹퇴치, 농촌운동, 구제사업 등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에 항상 솔선수범했다. 현재 한국교회는 타종교와의 관계 및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향하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성장을 멈추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국 방방곡곡에 5만 5000여 개의 십자가를 세우고 있는 한국교회가 고통당하는 외국여성들과 이주민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이주민과 외국인들의 미래가 밝아질 것은 물론 우리 사회 또한 안정되고 성숙한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며 가치 있는 헌신과 봉사활동으로 교회 자체도 침체를 벗어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3월 21일에 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제5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사회구성원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교육과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으며, 강원도교육청은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를 개설하여 외국인 교육, 공부방개설, 지역소개, 상담센터운영 등을 실시하고 있다.

대전시에 있는 여러 교회들과 기독교 시민단체들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하고 그들을 돕는 기구를 만드는 등 선구적 역할을 해 왔으며 현재 여러 교회들이 이 일에 동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과거 한국사회에서의 선구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교회는, 스스로 외국인과 혼혈아동에 대한 정서적 반감을 버리고, 사회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이웃임을 받아들일 것이며; 나아가 이를 위한 봉사와 정책 결정에 기대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며 교회가 서야 할 정당한 위치일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