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홍세화는 저서‘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해 프랑스 사회의 ‘똘레랑스(tolerance,관용)’정신을 한국 사회에 소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개념 설명만으로는 그 뜻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없는 문제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 이해를 높였다. 원치않는 망명 생활이었지만 삶을 위해 시작한 택시운전을 통해 프랑스의 삶과 문화를 직접 체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 스스로를 ‘운전사’로 칭하고 세상을 누비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젊은 작가가 있다. 청년작가 10인에 선정된 홍원석 작가다.
▲ 홍원석 청년작가 |
“지금이야 자동차가 흔하지만 제가 어릴 때만하더라도 자동차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 시절에 택시운전을 하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존경했죠. 어른이 되면 택시기사가 꿈일 정도였어요”
성장해서도 자동차와 인연은 계속됐다. 군대에서는 앰뷸런스를 운전하며 밤길을 달려야했다.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이나 건설현장에서 운전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험이 그림에 옮겨진 것이다.
“군대에서 전역 후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하다 제 경험담이나 꿈꿔왔던 것을 풀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자동차와의 추억을 표현하게 된거죠”
물론 단순한 기억의 재현이나 현실의 묘사로 그치지는 않는다. 어두운 밤은 푸르스름하게 채색되고 우주복을 입은 낯선 존재가 등장해 보는 이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는 “논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몰라도 시골의 밤은 도시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어린 시절 경험한 밤은 푸른 빛이었요. 또, 차를 타고 밤길을 한참 달리다보면 불빛이 비추지 않는 어두운 곳에 무언가가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림 속에 나타난 외계인은 제가 상상한 존재이고 관람객에게는 그런 낯선 모습을 보며 상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준거예요”
▲ 아버지의 마음 |
오는 2월 대학원 졸업을 앞둔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체계적인 대학교육을 통해 저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고 가르침과 조언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었어요. 대학원 졸업을 앞둔 지금은 작가로서 해야할 일을 찾았다고 해야할까?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그동안 쌓아온 노력과 지식을 밑거름으로 사회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작품으로 표현해 낼 계획이다. 특히 농촌에서 사라지는 산과 숲, 시멘트에 뭍여 사라지는 흙 등 변해가는 고향과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바람을 그림에 담을 예정이다.
“저는 작가들 중에도 화가와 미술가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려파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은 화가, 현실에 부딪히며 고민하는 사람을 미술가로 말이에요. 저는 미술가로서 작업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벗어나 현실의 문제에 접하며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가 되려고 합니다”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출발점에 선 그(Art-Driver)가 세상 구석구석을 다니며 그려낼 모습이 기대된다./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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