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렬 지질자원硏 국토지질연구본부 원천지질과학연구실장 |
인도 역시 지난 10월 ‘찬드라얀 1호’ 달 탐사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달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이 주도하던 우주개발 경쟁에 아시아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독자적 행성탐사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앞으로 10년(‘07~’16)간 우주개발 사업에 약 3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같은 해 10월에는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 로드맵’을 확정하고, 2020년 달 탐사 궤도위성을, 2025년 달 탐사 착륙선을 쏘아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불붙고 있는 달 탐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에 무언가 빠진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우리나라 우주개발이 기술만 있고 과학은 없는 불균형적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달에 가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은 있는데, 정작 달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개발한 발사체와 착륙선이 정작 달의 어느 지점에 착륙해서 어떤 종류의 과학조사를 수행해야 되는지 모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수행 중인 과제 중에 ‘행성지질연구’라는 것이 있다. 원래 지질학은 지구를 대상으로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행성지질은 이러한 지질학적 연구방법을 달, 화성, 소행성 등 여러 태양계 행성계에 적용하여 태양계의 기원과 진화, 행성의 형성과 분화과정, 그리고 생명의 기원과 진화 등 보다 근원적인 과학적 의문들에 대한 지질학적 해답을 제공한다.
우리나라가 달 탐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달 표면의 암석 분포, 내부 구조, 원소 및 자원 분포 등에 대한 기초지질자료를 미리 확보해야 하며, 이를 기초로 달 과학의 미해결 과제들을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주기술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가 달에 가기 위해 필요한 발사체 등 우주기술개발은 협력국의 정치·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라 기술이전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개발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독자적인 행성탐사기술을 확보할 때까지 우리는 달 혹은 행성연구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어야만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이미 미국의 아폴로와 구소련의 루나 미션에 의해 지구로 가져온 약 400kg의 달 시료가 있으며, 남극이나 사막 지역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많은 양의 달 운석 등이 있다.
또한 오늘도 각국의 달 궤도 위성들이 수집한 방대한 양의 원격탐사자료들이 지구로 전송되고 있다. 다행히도 이러한 자료들은 대부분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 누구나 달 연구가 가능하다.
문제는, 예를 들면 미국 나사에서 달 시료를 제공받아 여러 가지 지구화학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나사가 인정하는 연구시설과 연구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아직까지 달 시료 등과 같은 행성시료들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분석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만약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투입 예정인 예산의 0.2% 정도만 이러한 행성시료분석시설 구축에 지원이 된다면 다양한 행성시료들을 이용한 행성연구가 당장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여러 우주개발선도국들이 달 뿐만 아니라 화성, 소행성 등에 대한 다양한 행성시료귀환계획을 추진 중에 있어 더욱 행성시료분석을 위한 기초기반시설의 확보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과학과 기술이 다함께 같이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우리의 우주개발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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