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호 대전경실련 공동대표 |
하루는 요임금이 소부를 불러 “왕 노릇을 더 할 수 없으니 소부 자네가 왕위를 이어주게” 하고 물었고 소부는 끝까지 거절하고 물러나와 강가에 가서 “들어서 안 될 말을 들었다”고 하며 흐르는 물에 귀를 씻고 또 씻었다고 한다.
이때 허유가 소에게 물을 먹이려 왔다가 이 모습을 보고 사연을 묻고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슬그머니 그 자리를 떠나가는 것이었다. 소부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아니, 이 사람아, 왜 소에게 물도 안 먹이고 그냥 가나?” 하고 물으니 허유가 대답하기를 “허 ! 이 사람아, 그런 더러운 말을 들은 귀를 씻은 그 더러운 물을 내 소에게 어떻게 먹이겠나!”하고서는 그냥 가버렸다고 한다.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음으로써 깨끗한 마음을 지켜보겠다는 마음씨는 참으로 귀한 마음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보아서는 안 되는 일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듯하다. 미국발 위기로 시작하여 만신창이가 된 경제 위기 속에서 시간 시간을 더하며 국회에서 나오는 말들과 행동을 보면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이 나라의 경제위기에 대해 책임지는 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고 모든 책임이 마치 상대방 때문이라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정책 또한 많은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한 말들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을 위해, 국가경제를 위해 헌신을 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싸움질만하더니 마침내 보좌관과 정당인들이 국회 문을 해머로 때려 부수는 장면이 국민들 뿐 아니라 세계적인 우스개꺼리를 만들어 보아서는 안 될 일들을 보게 하고 있다.
한때 학생들의 데모로,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한국은 데모가 난무하는 나라,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나라라는 좋지 않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제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여도 취업을 위해 어려운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노동자들도 과거와는 달리 노사협상을 통해 기업을 살리고 감원보다는 작업시간을 줄여서라도 일자리를 줄이지 말아야한다는 일부 보도를 보고 서민들 또한 어려운 때를 이겨내려고 가정주부와 노인들도 일자리를 찾아 나서며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뿐이랴 기업은 이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밤낮없이 뛰고 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허리를 연신 굽실거리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던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이 엊그제였는데 지금 그들의 말과 행동을 보니, 국민들은 들어서는 안 될 말과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았으니 요임금 때처럼 귀도 씻고 눈도 씻으며 유유자작하게 살아갈 수도 없고 귀도 막고 눈도 감은 채 허우적거리며 생존 경쟁에 뛰어 들어야 할 판이다.
그런 국민들의 모습을 보자.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 하는 일마다 헛수고 헛발질할 것이 뻔하다. 결국 국민생활은 도탄에 빠지고 그동안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쏟아냈던 모든 말들이 거짓으로 드러날 때 과연 오늘의 정치인들은 국민들과 역사 앞에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요임금 때 소부와 허유처럼 권력을 멀리하고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지는 못할망정 권력 얻기에 혈안이 되어 부정선거를 일삼는 정치지도자와 당리당략에 싸움질만하는 국회의원들은 제발 한해가 지나기 전에 아니면 새해에는 국민들에게 들어야 할 말을 하는 정치인, 보여야할 것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되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믿음을 주기를 모든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아니면 정치를 그만두고 눈과 귀 아니 온 몸을 한강에 던져 씻는 뉘우침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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