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택 문학평론가·목원대 대학원장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敎總)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침해 사건 가운데 학부모ㆍ학생의 부당행위로 인한 경우가 79건으로 전체의 38.7%였으며, 이중 학생지도 및 학교운영이 원인이 된 것이 31건(39.2%)으로 가장 많았고, 학생ㆍ학부모의 폭행ㆍ협박이 26건(32.9%)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번 달에도 수원 C중학교에서 교실에서 수업 중이던 여자 담임교사가 3학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일주일 이상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자신이 맡고 있는 담임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해 정신적 충격으로 수업진행은 물론 학교에 출근까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학교폭력은, 주로 교육적 목적을 앞세운 교사들의 체벌문제나, 학생상호간의 폭력행위들이 주류를 이루어 왔는데, 언제부터인지 학부모나 학생들에 의한 교사폭행으로 전환된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교사들이 학교에서 학부모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들은 무너진 교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學校)는 학력신장과 함께 인성교육을 병행하는 곳이지만 요즘의 우리 학교현실은 학력신장이 강조되는 반면 인성교육은 점차 무시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새 정부 들어 각종 교육정책에 따라 학교 내 계약직 교사도 많아질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상황이 더 나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어떤 방안은 없는 것인가? 우리 주위에서 교권침해사건이 갈수록 늘어나는 원인은 여러 측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 넓게는 근래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무규범, 아노미현상이다. 한 마디로 윤리와 도덕의 기본이 무너지고, 국가공동체의 생명인 법과 질서가 깨어지고 있다. 그리고 교육은 아무나 하면 된다는 정치권의 의식에서 비롯된 교육과 교원에 대한 경시풍조가 사회와 학부모가 교원들을 가볍게 보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원들의 법에 대한 이해, 즉 법의식 부족도 큰 문제이다. 학교안전사고에서 피해학생 학부모의 일방적 요구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당하는 것은 교육은 무한의 책임이라는 교원들의 윤리의식에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적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잘 알다시피 전문직은 그 양성과정에서 소관 법규를 교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사의 경우 의과대학에서 필수과목으로 의료법규과목을 이수하고 졸업을 한다. 그런데 교원들은 교대, 사대 등 교원양성과정에서 헌법이나 교육관련 법규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교사로 임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원은 학부모와 사회로부터 존경 받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마음 편하게 학생을 사랑하고 열심히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2세 국민에게 민주시민의 기본자세와 법의식을 키워주어야 할 사람은 교원이다. 그러므로 학부모와 사회는 어느 곳보다 먼저 학교에서 교육의 윤리와 함께 법질서가 지켜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불황의 여파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교권침해사건의 증가뿐 아니라 우리사회는 지금 사회공동체의 기본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법의식을 높여 기본을 지키는 사회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새 정부는 기초법질서 확립을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데 어떤 목표보다 절실하다고 본다. 정부, 구체적으로 교육문제를 전담하는 교육과학부는 사회 어떤 곳보다 먼저 학교교육에서 법 교육을 통하여 법질서가 존중되고, 인간의 보편적 진리가 실현될 수 있는 합리적인 교육정책을 구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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