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논의 급부상, 조직미래 불투명=올 한 해 정부 출연연의 대표 화두를 손꼽는다면 단연 ‘정부 조직개편과 통폐합 논의’다. 대덕특구 지원을 단일화했던 옛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되면서, 교과부는 지식경제부와 출연연 지원을 양분하게 됐다.
기초과학 분야와 IT 및 신재생에너지 등 응용과학 분야에 대한 효율적 지원이 개편의 핵심 이유다. 하지만 정책 지원 방향이 소위 돈 되는 기술에 맞춰지면서, 선진국에 비해 원천기술 축적수준이 미약한 출연연은 앞으로도 험난한 여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 사업의 특성상 중ㆍ장기 과제가 대부분임을 감안할 때, 단기적 성과창출에 매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과 함께 올해 출연연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기관간 통폐합 논의다. KAIST는 이 논의의 중심에 섰고, 통ㆍ폐합 논의는 논란 끝에 마무리됐다.
KAIST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간 통합 논의는 허운나 전 총장의 사퇴 등을 겪으며, 내년 최종 통합 합의로 일단락됐다. 또한 KAIST와 생명연간 통합 논란도 발전적인 학ㆍ연 협력관계 구축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이 같은 통합 논의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 등에 밀려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났을 뿐,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도약할 것인가, 정체될 것인가, 기로에 선 대덕특구=정부 출연연은 이 같은 대내ㆍ외적 급격한 여건 변화 속에서도 과학기술의 메카에 걸맞는 성과를 창출했다. 항우연은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에 크게 기여했고, 내년에는 국내 최초로 자력 소형위성 발사를 준비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와이브로 에볼루션 시스템 및 3Gbps급 무선전송 기술 등의 세계 최초 개발도 돋보였다.
또한 표준연의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 개발, 화학연의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및 기술이전, 과학기술정보연의 슈퍼컴퓨터 4호기 도입, 핵융합연 KSTAR의 최초 플라즈마 발생 성공, 생명연의 신규 미생물 박테리아 종 발견 분야 4년 연속 세계 1위 등도 눈에 띄는 성과다. 하지만 새정부가 약속한 사업으로 대덕특구 도약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충청권 과학비즈니스 벨트 구축과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등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대덕특구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새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기관장 속출도 개선돼야할 과제다.
상당 기간의 기관장 공백과 능력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맛는 인사는 특구의 지속 발전과 안정적 운영에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특구 소재 벤처기업으로부터 제기된 대덕특구 무용론도 신임 이사장 취임과 함께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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