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
그래도 교수 사회만큼은 양심적인 줄 알았을 텐데, 속칭 한국 최고대학이라는 서울대를 비롯하여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국립대학에서 제자를 매개로 한 횡령사건이 터지고 있으니 교수사회가 신뢰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국립대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은 언론사의 보도로 드러난 것이지만, 사실 이것은 오랜 동안 곪은 환부가 썩을 대로 썩어 터진 것에 불과하다. 멀리는 사농공상의 뿌리 깊은 숭문전통으로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독재 암흑기와 권위주의 시대가 제공한 가장되고 포장된 권위의 그늘에 가려있던 교수세계의 치부가 투명한 대중사회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수사회가 강력한 준법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선비의식의 가면을 벗고 객관적인 직업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며, 연이은 횡령사건으로 볼 때 국립대에 대한 대대적인 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화란 말 그대로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다. 과거 국립대학은 돈 없는 인재들을 국가의 필요에 의해 양성한다는 취지에 따라 설립되었기 때문에 국가기관처럼 운영되었다. 실제 가난한 인재들의 성공을 위한 상아탑이었고,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에도 국가가 임명한 교수라는 자부심으로 버텼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국립대에는 오히려 부자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세금에 의한 국비와 연구비 등 각종 예산으로 규모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만해졌다. 이에 비해 교수들의 책임은 증가하지 않아 필연적으로 부패가 스며들게 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시대변화에 걸맞게 자유경쟁체제로 가는 것이다.
종신고용이 조직 관리의 핵심을 이루고 있던 일본마저도 2000년대 초 불과 몇 년 만에 100여개가 넘는 국립대학들의 통폐합 및 법인화시키는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그 이유는 일본인 특유의 집단주의와 이타주의 정신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에서 국립대학의 법인화 시도는 1990년 초반부터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구조조정의 구호는 일본보다 훨씬 더 요란하다. 모두 집단이기주의 때문이고 국립대학 구성원이 자생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원리에 철저하게 어긋난 것이다. 이제 시장자유주의를 그 기반으로 하는 이명박 정부가 국립대의 법인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과연 시장이 요구하는 대로 이루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 정부와 교육기관은 지금까지 민간분야의 개혁은 부추기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은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중앙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부정부패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들의 채용비리, 연구비 횡령, 학점세탁 등 시대를 거스르는 부정부패는 멈출 줄 모르고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그동안 공공연하게 소문으로만 떠돌던 대학원생을 동원한 연구비 횡령사건이 터져 국립대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마치 부정부패의 온상처럼 비쳐지고 있다. 대학들이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다가는 대학 무용론에 직면할 상황이다. 기업들의 대학 불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이 진정 생존하기를 원한다면 대대적적인 정화에 나서야 한다. 정화의 핵심은 당연히 교수일 수밖에 없다. 국립대나 사립대를 막론하고 부도덕하게 제자들을 동원하여 연구비나 횡령하는 꼼수를 멈추고 선진화된 교육력과 경쟁력 있는 연구를 기반으로 당당하게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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