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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구]송구영신

[경제칼럼]홍성구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

  • 승인 2008-12-28 00:00
  • 신문게재 2008-12-29 21면
  • 홍성구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홍성구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

▲ 홍성구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
▲ 홍성구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
80년대 초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을 간파하였다는 ‘축소지향의 일본인(저자 이어령)’이 선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저자는 축소라는 말을 일본문화 이해의 키워드로 보고 축소의 경향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것을 여러가지 양태로 소개하고 다시 그러한 축소 경향이 일본의 문화, 자연, 사회 등에 어떻게 파급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의 축소지향은 결국 산업과 연관되어 초슬림의 전자제품을 개발하게 함으로서 경제대국의 일본을 완성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는 일명 ‘빨리빨리’ 문화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뒤늦게 시작한 산업화에 어서 빨리 선진국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당대에 완성을 보겠다는 지도자들의 강력한 의지와 맞물려 산업을 최고조로 부흥시켰다. 결국 그러한 노력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한강의 기적을 낳기도 하였지만 후유증은 망국병이라 할 만큼 우리민족의 정체성마저 흔들어 버렸다.

하지만, ‘빨리빨리’ 문화가 지금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국가 중요 산업의 기저가 되었다. 그야말로 ‘빨리빨리’(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이 되었다. 지난 10여 년간 반도체 산업은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자 ‘IT강국 코리아’의 기술적 근간이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민족성을 한마디로 표현할 순 없겠지만 끓는 용광로와 같다고들 한다. 내·외부로부터 문물이 유입되거나, 특정 주제가 이슈화 되면 용광로와 같은 뜨거운 열정으로 우려내어 우리 것으로 재창조하는 특유의 우리만의 자정력이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영국에서 도시 노동자의 숙소로 활용되던 아파트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한국형 주거문화의 터전으로 발전되었고, 속칭 ‘가라오케’라 는 일본식 반주기계는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여 우리만의 노래방으로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렸다.

2008년은 한마디로 뜨거운 용광로의 한가운데에 휩싸인 한 해였다. 10년 만에 새로이 출범한 정권은 채 시동도 걸지 못한 채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한미 FTA 비준 반대 등의 촛불시위로 국민과 국가가 그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붇고도 합일점을 찾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서브프라임 위기로부터 촉발된 전 세계의 경제 위기 속에 국론이 분열되는가 싶더니 당리·당략에 급급하던 의회는 결국 그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우리만의 특유의 자정력으로 합일을 도출하지 못하고 반목과 질시만이 이겨울 세모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8일 미국의 재미교포 주택에 미국 전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장모를 잃은 윤동윤씨는 인터뷰에서 오히려 이 사고로 상처받을 조종사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서 온 세계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후원금을 보내자 ‘아내가 생전에 매달 기부해 오던 어린이재단과 기독교단체에 보내 그 뜻을 이어가고 싶다’며 한국과 미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자선기금으로 선뜻 내놓았다.

2008년 무자년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이 부족하였는지를 한번 생각해 본다. 미국의 전투기 추락사고의 윤동윤씨를 생각하며 관용과 배려의 아름다움이 정말로 아쉬운 한 해는 아니었나 싶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용서하고 도우려는 근본적 사고의 내재 없이는 결코 그 어느 하나도 풀어낼 수 있는 숙제는 없다. 2008년도의 그 뜨거운 용광로에는 숱한 난제가 난무하였지만 뜨겁게 녹여낼 수 있는 관용과 배려가 없었다.

맞바람도 뒤돌아서면 순풍이라고 한다. 망국병이라 고민했던 ‘빨리빨리’ 문화가 오늘날 국가 주요 산업으로 거듭났듯이 2008년 우리가 앓아내야만 했던 열병이 전화위복의 디딤돌이 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무자년 12월의 마지막 주이자 기축년 새해의 첫 주이다. 한 해, 외롭고 아프고 슬픈 것들 다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함박눈이라도 펑펑 쏟아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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