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훈]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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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훈]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

[목요세평]정순훈 배재대 총장

  • 승인 2008-12-24 00:00
  • 신문게재 2008-12-25 20면
  • 정순훈 배재대 총장정순훈 배재대 총장
찬바람이 분다. 너무 추워서 그런지 연말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인데도 캐럴송을 거의 들을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길거리에는 불야성을 이뤘는데 올해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소리가 들리지만 선뜻 돈을 넣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너무 어둡다. 그야말로 경기침체의 그늘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 정순훈 배재대 총장
▲ 정순훈 배재대 총장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여러 기업체에서 자금이 없어 월급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소식 또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현실이 이렇게 심각한데 정치권에서는 연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의 망신을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생각을 아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책임 전가를 하는데 국민들이 보기에는 양측이 똑같다.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말로만 국민들을 위한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안 된다. 국민들의 의식은 적어도 정치권의 위정자보다 더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말이 있다. 공자가 제자들을 이끌고 제나라로 행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공자 일행이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보니 한 여인이 세 개의 묘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 세 개의 묘는 호랑에게 물려 죽은 그녀의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 것이었다. 그녀의 가족들은 호랑이를 피해 마을로 이사를 가고 싶었지만 세금 낼 돈이 없어 그곳에서 살다 변을 당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세상에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은 가혹한 정치니라” 하고 말하고는 길을 떠났다고 한다. 요즘 정치권을 바라보노라면 이 고사가 자꾸만 생각난다.

경제침체로 어려운 이 때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만하다. 그 참담함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직장이 있는 사람조차도 회사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대학교의 분위기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방학이 시작된 후에도 교정에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 그나마 도서관에는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그들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신규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든다는 소식에 학생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다. 요즈음에는 방학동안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자리를 구하는 학생들도 부쩍 늘어났다. 그러나 변변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다. 예전에는 힘들어 꺼리던 일거리조차도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가정 경제가 어렵다보니 너도나도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에게 학비 문제는 부모님께 맡기고 너희들은 열심히 공부하라고 상담을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확 바뀌어 버렸다. 대부분의 가정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외부 장학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 경제가 안 좋다보니 대학가에서는 외부 장학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들을 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장학금을 주겠다는 기관이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그리 많지 않다. 대학가에서도 자구책으로 장학금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현 상황이 이처럼 급박한데 정치권에서는 이전투구하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없으면 정치도 없고 정치인도 없다. 귀를 활짝 열고 국민들의 탄식 소리 들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4시간 뛸 일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가정 경제를 살려 국민들을 활짝 웃게 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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