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허술한 검역체계가 문제였다. 장어와 같은 수산물의 경우 육안과 냄새 등을 토대로 독성물질을 감별하는 이른바 ‘관능검사’만을 거친다. 이마저도 전수조사가 아닌 샘플링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검사한다. 이런 허술한 검역망으로 ‘농약 묻은 장어’를 걸러낸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언제까지 식품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지 한탄을 금할 수 없다. 올 들어서만 생쥐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캔, 멜라민 분유, 다이옥신 돼지고기에 이어 농약 장어다. 먹을거리 파동이 벌어지면 정부는 대책 강구를 앵무새처럼 말하지만 나아진 게 없다. 멜라민 파동이 전국을 강타했을 때 정부는 부랴부랴 위해우려식품에 대해서는 전수 검사를 추진하겠다고 대책을 내놨었다. 하지만 식품 소비량의 80% 정도를 수입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식품 검사의 80% 이상이 관능검사, 서류검사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먹을거리 비상에 당국이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보다 철저한 검역체계 구축은 물론 현지 점검을 통해 오염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책이 세워지지 않을 경우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 식품의 안전을 담보할 효과적인 대책은 궁극적으로 검역체계 강화뿐임을 유념해야 한다. 인원과 장비를 확충해서라도 더는 부실 검역이 들먹여지게 해선 안 된다.
‘농약 장어’ 파문은 학교급식, 그것도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국민의 충격이 더 크다. 학교급식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의 통로다. 품질과 안정성이 보장된 식재료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장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고, 그게 어렵다면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급식재료지원센터 설립 등 시스템 구축을 검토할 만하다. 학교급식이 식중독의 온상이란 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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