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염치라도 아는 윗자리들로 존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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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염치라도 아는 윗자리들로 존재하길

[시사에세이]김선호 한밭대학교 인문대학장

  • 승인 2008-12-22 00:00
  • 신문게재 2008-12-23 20면
  • 김선호 한밭대인문대학장김선호 한밭대인문대학장
▲ 김선호 한밭대인문대학장
▲ 김선호 한밭대인문대학장
2008년 이 겨울, 참으로 춥습니다. 지난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팔에 매달려 울음 울던 박부자 할머니의 엄동설한같은 생활고生活苦를 겪는 수많은 이웃들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 아닌가 합니다. 이즘 같으면 나라님도 가난은 어찌해볼 수 없다는 속설이 꼭 맞는 것도 같고---.
그런데 말입니다. 북풍한설의 이 추위가 딱히 표현키 어려운 가난한 이웃들이 겪고 있는 삶의 아픔만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합니다. 한마디로 해서 제 탓은 전혀 없고 오직 남의 탓만 캐내며 분탕질만 일삼는- 도무지 염치라고는 찾을 수 없을 정도의 파렴치한 행태로 지새는-나리님들의 몰염치한 행태가 더욱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말마다 국민, 국민 하며 하는 행태는 정 반대로 하는 우정 우습지도 않는 그들의 꼬락서니가 더더욱 쌀쌀한 겨울을 만듭니다. 정녕 정나미가 들 수 없는 오히려 불쌍한 생각마저 들게 하는 윗자리들이지요. 논어 위정편에 이르기는 “爲政以德은 譬如北辰居其所어든 而衆星共之니라”(덕으로써 하는 정치는 비유하건데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으면 뭇별들이 함께 함과 같다) 했는데 말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극 빈곤층 가구나, 실업자 가장, 독거노인, 장애인 가족, 한 부모 가정, 소년소녀 가장, 노숙자 등, 겨울 같은 인생을 사는 이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우리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보통 사람들의 온정의 손길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각종 통계는 말해줍니다. 이런 사실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충분히 건강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웅변으로 확인시켜주는 좋은 보기의 하나인 것입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마음들이 어울렁 더울렁 정겹게 사는 모습과 그 정에 이끌리어 이 나라를 선호하고 이 땅의 국적을 취득하여 보람 있게 살고자 찾는 외국인들, 다문화인들이 참으로 많은 것 또한 틀림없는 현실입니다. 이름하여 한글이 좋고, 음식이 좋고, 고유하고 독특한, 그러면서도 정겨움이 넘쳐나는 전통문화가 좋고, 한옥이 좋고, 한복이 좋고, 좋고 좋고 하여 우리의 이 땅을 그리워하고 찾아들 오고 삶을 위탁하고들 있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말입니다. 이해 또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아니 되는 게 있습니다. 적어도 말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혹여 자신과 가정, 그리고 이웃과 국가 사회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 수 없고, 살고 싶지는 않더라도 소중하게는 여기며 사는 것 상식이고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겁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이 오늘의 이나라는 놀랍게도 우리의 지나온 삶의 터와 그 궤적 그리고 발전해온 사실과 현상까지도 왜곡하고 폄훼하며 심지어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하는 행태를 저지르는 것을 일상화 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가령 말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가장을 그 가족이 동네방네 다니면서 헐뜯는 일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혹여 남들이 험담하고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더라도 그걸 제지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변호하는 게 상식 아닌가 말입니다.

그러함에도 적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에서 벌어지는 행태는 이나라의 자랑스러운 면들을 애써 끌어내리고 송두리째 부정하려드는 참으로 해괴한 짓들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자랑스럽지도 않은 지나온 과거사와 그 행적을 어찌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좋게 다룰 수 있는 가?! 하는 소피스트다운 논리를 주장할 것이란 점을 모르진 않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자랑스럽게 여길 수가 없으면 적어도 소중하게는 여기고 후학, 후손들에게도 그리는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입니다. 오늘날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이서는 이러한 기대도 사치한 것이겠습니다만....

諸略하면서, 국정을 논하고 국가의 안위를 위해 애쓰시겠다고 나선 윗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진정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발 비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국민의 이름 입맛대로 들먹이지도 말 것이며 품격을 지키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염치는 아는 사고와 행동거지를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폭언과 폭력적인 행위만 다반사로 하며 국가의 대사를 다루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냉혹한 겨울에 극도로 어렵게 사는 대다수 사람들의 심사를 그나마 긁어놓지 않는 최소한의 배려이고 예우인 것입니다. 제발 나라 위하고 국민 위한다는 핑계로 하는 전문 싸움꾼 노릇 그만들 하시기를 평범한 시민의 한사람으로 빌고 또 빌겠습니다. 역시 허공의 메아리가 될 것을 알며 헛소리 하는 것 아닌지 모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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