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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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월요아침]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라자로

  • 승인 2008-12-21 00:00
  • 신문게재 2008-12-22 20면
  •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라자로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라자로
▲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라자로
▲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라자로
참 생명의 빛으로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시지만, 세상살이는 여전히 어둠에 싸여 있습니다. 성탄을 준비하는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폭력과 테러의 공포로 떠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IMF 구제금융 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실직자와 노숙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교회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기성세대도 심각한 현실 때문에 미래를 걱정할 여유마저 줄어든 상황입니다. 출산율 저하와 자살의 증가, 가정의 붕괴로 대변되는 반생명 문화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런 총체적 위기 속에서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긍정적인 모습도 있지만, 우리 삶의 자리에서 벌어지는 남남간, 남북간의 단절과 미움과 불신의 벽은 어느 때보다 높게 보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하는 현실임을 저희는 잘 압니다. 어느 연말인들 뒤돌아보면 다사다난 하지 않은 해가 없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할 뿐 아니라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심각성을 더 합니다.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성탄을 맞고 있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친교 공동체를 이루신 하느님을 실제적 사랑으로 이웃에게 표현하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소명입니다. 우리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회칙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실천하고 성찬례를 구체적으로 살기 위하여 “한 끼 100원 나눔 운동”(1313 운동)을 지난해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요즈음 어려운 현실도 그 어느 때보다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식탁에 초대하는 마음으로 작은 정성을 모아 나누는 “한 끼 100원 나눔 운동”에 지속적으로 협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이 참된 그리스도인입니다. 예수님을 세상을 구원하실 분으로 고백하는 신앙인은, 이미 오셨고 지금도 우리 곁에 계시며 세상 마지막 날에는 사랑으로 반겨주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가톨릭교회가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를 통해 어떤 역경에서도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을 가졌던 모범적인 분입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웃음의 행복’이라는 어느 기업광고를 인용해 봅니다. “누군가는 여유가 너무 없어졌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힘들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앞으로가 더 불안하다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말합니다. 힘들수록 서로 웃고 힘내자고…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가난하지만 참 빛으로 오신 하느님의 말씀을 중심에 모시고 친교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며, 생명이 충만한 세상을 일구어가는 빛의 자녀들로 살아가는 행복을 체험합시다! 희망을 찾고 기다리는 이들 속에 우리가 건네는 관심과 사랑은 곧 아기 예수님의 사랑으로 더 크게 전해질 것입니다. 또한 우리도 비천한 인간이 되기까지 자신을 낮추신 예수님을 본받아 겸손과 사랑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낡은 생활에서 벗어나 어려울 때일수록 나 자신부터 올바로 살아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좋은 세상을 위한 작은 예수님이 되어봅시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며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이 시대 모든 사람, 특히 북녘의 동포들에게도 충만히 내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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