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학을 졸업하고 벌써 3년째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생활을 해오고 있는 이모(여.28)씨는 공무원 정원과 채용 인원 감소 등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최근 ‘취집(취직 대신 선택하는 시집)’을 고민하곤 한다. 그러나 맛벌이를 원하는 남성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 또한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3. 직장인 서모(32)씨의 하루 일과 중 하나는 취업싸이트를 뒤적이는 일이다. 지난해 어렵게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지만 불안한 고용 상황 속에서 구직 활동을 멈추지 못하는 이른바 ‘구직 중독증’이다.
불안정한 고용 상황과 취업 한파를 반영한 각종 신조어들이 ‘IMF 이후 사상 최악’이라는 최근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실업자와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불완전취업자 등을 포함해 사실상의 백수 또는 반백수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새삼 주목 받고 있는 신조어들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된다는 생각)’ 같은 말들이 굳어진지 오래고, 지난해 등장한 ‘88만원 세대’는 청년 실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속에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 보다 어려운 취업)’이 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고용불안 속에 ‘셀러던트(공부하는 직장인)’가 돼야 하고, ‘삼팔선(38세 정년)’은 ‘체온퇴직(체온과 같은 퇴직연령 36.5세)’이란 말로 대체됐다. 최근에는 구조조정과 감원 바람 속에 ‘동태(한겨울 명예퇴직)’나 ‘생태(해고 대신 타부서 전출로 살아 남음)’라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하며, 고용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최근 ‘면창족(일이 줄어 창만 바라봄)’이 된 직장 선배들을 보며 실업이 남의 일이 아님을 절감한다”며 “연말에 보너스는 고사하고 자리를 지키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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