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순서>
1. 아프리카 모잠비크 공화국 희망 프로젝트 현장을 찾아서
2. 모잠비크에서 만난 사람들
3. 프로젝트 참가 일행 간담회와 월드비전의 나눔 과제
1. 아프리카 모잠비크 공화국 희망 프로젝트 현장을 찾아서
“우리의 비전은 모든 어린이가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이며. 우리의 기도는 모든 사람들이 이 비전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월드비전의 비전헌장이다.
가도 가도 한없는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아프리카 땅에 일곱 빛깔 찬란한 무지개가 떠오르고 있었다.
신석기 시대를 연상케 하는 움집들 사이로 쌍무지개가 뜨는 모습을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아프리카의 희망을 모잠비크에서 찾았다.
멀고도 먼 남아프리카 대륙, 미지의 나라 모잠비크에 한국인들에 의한 사랑의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7시45분 인천공항을 통해 4시간동안 홍콩을 가서 다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공항까지 13시간을 날아간 뒤 요하네스버그에서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에 도착한 시각은 5일 오후 3시25분이었다. 목적지까지 꼬박 하루가 걸린 셈이다.
마푸토 시내는 1950년~60년대의 한국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거리의 가로수인 진홍빛 꽃나무 이름이 ‘아카시씨’라고 했는데 붉은 빛깔이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월드비전 사업장의 핑크색 꽃나무도 그 선연한 빛깔이 눈을 자극했다.
다음날 마푸토에서 월드비전 사무실이 있는 테테까지 2시간여를 비행한 뒤 월드비전 ADP(Area Development Project) 사업장이 있는 앙고니아(울롱궤) 지역을 향해 4시간을 육로로 이동했다. 건기가 지나고 현재는 우기라서 하루에 한 두차례 정도 베트남에서의 스콜과 같은 장대비가 쏟아져 더위를 식혀주었다.
거리를 지나다 텍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왔던 바오밥 나무를 발견했다. 일행이 제밀 먼저 도착한 곳은 울롱궤 사업장 함바함바 지역의 다리 식수원이다.
마을 주민들이 왕복 2시간 동안 1.5km를 걸어가서 구할 수 있는 식수는 흙탕물이나 다름없었다. 이 물을 떠서 하루를 놔뒀다가 부유물이 가라앉으면 먹는다고 했다. 그나마 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외나무 다리를 건너가야 했다. 어느 임산부는 아기를 업고 건너다 다리 밑에 빠져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비가 많이 와서 다리를 범람하면 그나마 오염된 식수마저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600명 300세대가 이 물을 먹어야 되는데 우기인데도 물이 없었다. 벌레들이 둥둥 떠다니는 이 물은 동물들도 같이 먹는 물이었고 오물로 뒤덮여 있어 수인성 질병의 근원이었다. 인근 마을은 3시간을 걸어가서 물을 떠와야 돼 하루 6시간을 왕복해야 물을 구할 수 있는데 450가구 3470명이 그런 물을 먹고 살아야 되는 상황이었다. 안타깝고 비참한 현실에 망연자실해지는 순간이다.
식수캠프를 짓는 비용이 700만~1500만원 가량 소요되는데 그 비용이 없어 그네들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다리 식수원을 뒤로 하고 6세 미만 고아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도무에 오픈센터를 방문했다. 이 도무에 오픈센터는 한국의 월드비전에서 ADP 사업을 시작하면서 설립한 유치원 겸 학교이다. 말라리아나 에이즈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어린 아이들은 누더기를 걸치고 맨발바닥에 몸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지만 까만 눈망울만큼은 밝게 빛났다.
이들이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을 위해 오랫동안 연습한 춤과 노래로 열렬히 환영식을 베풀어주는 바람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루에 700원이 없어 굶어죽는다는 아이들인데 한국에서 온 낯선 방문객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춤과 노래를 준비했던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교실 맨 뒷자리에는 여섯 살짜리 여자 아이가 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동생을 보자기로 업고 앉아있는데 아파보이는 아기 얼굴위로 파리떼가 들끓어 눈물이 나게 했다.
대전시 교육청 윤국진 장학사는 한국에서 준비해온 한국의 사계절 그림과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슬라이드를 통해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설명해줬다.
윤 장학사는 아이들에게 “여러분의 반짝이는 눈빛이 너무 예쁘고 노랫소리는 천사 같다”며 “천사가 춤추는 것 같은 여러분은 성장해서 멋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고 칭찬해줬다. 윤 장학사는 또 “세상 모든 사람들은 여러분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들을 만나 자랑스럽고 여러분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곳 도무에 오픈센터 교장인 루이스 페드로 할레 원장은 “테테 앙고니아 사업장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할레 원장은 또 “도무에 오픈센터는 한국에서 지어준 곳이라 특히 한국에 감사하다”며 “100명 아동이 3~6세까지 생활하는 이 곳은 지난 6월 오픈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방치된 고아 아이들을 오픈 칠드런이라고 하는데 에이즈와 말라리아로 사망한 부모들을 대신해 삼촌, 고모가 책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곳 도무에 사업장은 염소축사에서 염소젖을 짜서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할레 원장은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높여주고 사기를 부여해 밝게 성장시키는 게 교육의 목표”라며 “도무에 오픈센터는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이즈 치료비용이 없고 말라리아 걸린 아이들이 방치돼 있는데 다 수용할 수 없는데다 기자재 자원도 부족하고 영양식을 주고 싶어도 음식이 충분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행은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 나눠줬다. 아이들은 오색 풍선을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이내 풍선을 들고 운동장에 나가 신나게 뛰어놀기 시작했다.
이중 한 아이네 집을 방문했다. 앞이 안 보이는 할머니가 말라리아로 사망한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움막집의 흙바닥에 거적 하나 깔고 사는 모습을 보노라니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작별인사를 뒤로 하고 소액융자 모임을 방문했다. 마을 회관이 없어 허름한 창고같이 생긴 교회를 빌려 모임을 갖고 있는 이들이지만 표정만큼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밝고 환했다. 월드비전 일행을 환영하는 춤과 노래도 얼마나 열정적이던지 미안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
이 곳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평균 10달러씩을 매달 저금하고 한사람씩을 선정해 돈을 빌려주고 있었다. 이 돈으로 소득을 창출하고 갚을 때 10%씩의 이자를 준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소득이 증대되는 희망을 갖고 있었고 모임에 대한 자긍심과 긍지도 높았다. 주민들이 의욕적이고 열정적이어서 활기가 넘쳐 흐르는 곳이었다.
일행들이 떠날 때도 역시 춤과 노래로 열렬히 환송해주는 이들을 보며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인간 본성이 감동을 느끼게 했다.
소액융자 모임에 이어 방문한 곳은 은다울라 사업장의 현지 학교이다.
아이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에이즈 예방법을 알려주는 계몽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주민자조여성그룹 모임과 식수관리요원들은 물을 끓여먹으라는 의미를 담은 춤과 노래를 보여주었다.
이 곳에서 월드비전 일행은 우물 파기와 벽돌쌓기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고 현지 주민들에게 가래질을 가르쳐줘 큰 환영을 받았다. 삼성에서는 이 곳 주민들에게 식수통 100개를 지원해줘 식수캠프에 물을 받기 위해 온 마을 주민들을 기쁘게 했다. 식수통은 전부 수입해야 되는데 1통에 5달러나 돼서 마을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고가품이었다.
한 마을 주민은 “이제 한국월드비전 덕분에 식수캠프가 생겨 아이들이 더 이상 물을 안 길러가도 돼 학교에 더 많이 갈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월드비전 일행은 리피지 사업장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을 벌인 뒤 도무에 사업장에 가서 말리테니 보건소를 방문했다. 보건소라고 해봤자 지붕은 바람이 불어 날아가버리고 양철지붕에 의존하고 있었고 환자 대기실과 진료실, 의약품실, 약국, 수술실은 모두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환자들은 수시로 이곳을 방문하기 때문에 의료진은 보건소 옆에 허름한 사택을 지어놓고 대기중이었다. 손톱깎기와 옷과 구강검진기를 전달하고 돌아서나오는 일행들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의 한국의 모습이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황폐화되고 황량한 곳이었다.
월드비전 일행은 리피지 사업장에서 새로 오픈하는 우물을 지원해주고 양어장 건축을 도왔다.
‘지무에무위’라고 이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의 도움이 있어 행복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주민들은 물이 오염돼 있는 것을 알지만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흙은 하루 지나면 가라앉지만 이 물을 먹고 설사하고 수인성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동물도 먹고 벌레도 먹는 물을 사람이 같이 먹다보니 몸속에서 자라는 벌레 기나아충이 서식한다고 했다. 우기가 되면 우물의 탁도가 더욱 심해지는데도 속수무책인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일행이 마지막 방문한 곳은 디지에데 초등학교 건설현장이다. 학교가 무너져 한국 후원자들 도움으로 학교를 짓고 있다고 했다.
이 곳에서 월드비전 후원자들은 축구경기를 하고 제기차기를 가르쳐주고 공기놀이, 배드민턴을 함께 하며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처음 보는 물건들에 마냥 신기해하며 카메라에 찍힌 자신들 모습을 보곤 까르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맑디 맑은 하늘의 푸르름이 슬프게 느껴질 만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아이들의 아픔이 가슴 저리도록 와 닿지만 해맑은 미소와 나눌 줄 아는 넉넉한 손이 바로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임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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