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원칙이 있는 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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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원칙이 있는 구제금융

[경제칼럼]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 승인 2008-12-21 00:00
  • 신문게재 2008-12-22 21면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전세계가 경기침체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진행시키고 있는 미국은 오바마의 신뉴딜정책을 통해 추가로 1조달러 규모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구상하고 있고, 이웃 중국도 4조위안, 일본 약 27조엔, 유럽연합(EU) 약 2천6백억달러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각국이 경기부양 속도전이라도 돌입한 느낌이다.
중앙지의 기조는 나라 밖이 다 이럴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내년까지 집행할 고작 34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 조차 결정하지 못했다고 비난일색이다.

인플레보다는 수요부족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더 무섭고, ‘잃어버린 10년’의 일본처럼 실기하면 안된다니 신속하고 과감한 부양책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은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도 모자라 과거 일본이 취했던 소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제로수준까지 인하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채택했다.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덜어줘 연체사태를 줄이고, 투자를 촉진하자는 바램에서다. 달러가치의 하락을 유도해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1%나 인하하고,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에 증권사를 추가하는 적극적 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렇게 애쓴 보람이 있는지, 수직하락하던 증시가 안정세를 보이고 시중금리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일부 낙관론마저 나오고 있는데 비록 성급한 전망이라 하더라도 내심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럴 때 당국의 관심은 대규모의 유동성 공급 후에 의도대로 시장이 반응하고, 자금의 유통이 원활해질 것인가에 쏠리게 된다.

이와 같은 돈의 유통속도에 대한 해석은 학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고전학파에서는 사람들이 항상 자기가 쓸 만큼의 돈만을 주머니에 유지하려 하므로 화폐의 유통속도가 일정하다고 하였다.

케인즈는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꿍꿍이로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돈을 터무니없이 많이 지니려 할 수 있다고 보고, 이와 같은 투기적 동기가 자금의 유통속도를 방해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프리드먼을 위시한 통화주의자들은 정부가 시장개입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공채 등을 발행할 경우 정부와 민간기업 사이에 자금경쟁이 불가피해진다고 보았다.

그러다보면 이자율이 오르고 결국 민간기업이 다시 투자를 축소하게 되는 구축효과(crowding out)가 일어나 정부의 지출효과를 상쇄시키게 되므로 정부의 개입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중앙은행이 발권을 늘리거나 기준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주목할 점은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시장경쟁의 우위를 외치는 통화주의 이론은 보수 공화당 정권하에서 주로 채택되었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지금은 케인즈가 다시 부활한 셈이고, 한 술 더떠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라는 용어가 나돌 정도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부문에서는 중앙은행 및 금융위를 비롯하여 정부 소유의 국책 금융기관들이 다시금 바빠지게 되었다.

시중은행에 대규모 신용을 공여하고, 공적 금융기관들은 기업 및 개인의 신용을 보완해주거나 부실채권을 서둘러 인수하는 작업이 주가 될 것이다.

10년전 IMF사태의 경험과 각종 유동화 기법의 발달을 감안할 때 생각보다는 효과적으로 사태를 진정시킬 지도 모른다.

다만 과거엔 부실기업의 구제가 이슈였지만 이번엔 금융업이나 건설업 등 특정 기업집단의 형태로 자금이 지원되는 교묘한 양상이다.

그렇더라도 엄청난 자금과 수고들이 원칙없이 문제를 야기한 경제주체들을 돕는데만 집중되어서는 곤란하다.

공정한 자금지원은 물론, 사후의 회수에서 책임까지도 추궁하는 정교한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책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인내와 절제로 기업과 가계를 이끌고 오늘도 성실히 세금을 내는 정상적인 다수의 국민들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고통을 나눈 의미가 있고 보다 품위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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