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희]행복한 30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남인희]행복한 30년

[시론]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승인 2008-12-17 00:00
  • 신문게재 2008-12-18 21면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벽에 걸린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시간은 참으로 무정하고 엄숙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삼라만상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항상 일정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길이는 일정하지 않다. 즐겁고 기분이 좋을 때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고, 나이가 들수록 1년이란 시간이 훨씬 짧게 지나간다.

필자는 지난달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왕성한 시기였던 30년이 ‘문틈으로 보이는 흰 망아지(白驅過隙)’처럼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 30년간은 역대 한국사회에서 가장 빠른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
농경사회에서 첨단 지식정보화 사회로,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어엿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그 과정에서 공직자로서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필자에게 행운이었고 행복이었다.

그 중에서도 행복청에서 보낸 2년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행복도시를 세계인이 살고 싶고,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명품도시로 건설하기 위한 중차대한 책임을 맡으면서 때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만큼의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개발계획수립과 실시계획 승인, 정부청사와 중앙녹지공간 마스터플랜 수립, 역사적인 기공식 개최, 고려대· KAIST· 산림청 등과의 협약체결, 저탄소녹색도시를 위한 국제심포지엄 개최와 프라이부르크시와의 협약체결, 그리고 주민들과 소통을 위한 1과1촌 운동 등등.

하지만 이러한 모든 성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을 아낌없이 내주고 떠난 예정지역 주민들과, 지역민들의 협조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지역민들의 성원 뿐 아니라 행복도시 건설사업에 함께한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매듭 하나를 지을 수 있었다.

꿈의 나래를 펼치던 원수산, 전월산 자락, 그리고 쉼 없이 도도하게 흘러가는 금강과 미호천도 사랑스럽고, 가을이면 황금물결 넘실대던 대평뜰과 장남평야 이 모든 것들이 잊지 못할 정겨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아쉬움과 좀 잘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제시한 비전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적도 있고, 공평한 인사원칙을 세우고자 부하직원과 일정거리를 유지하다 보니 조직 구성원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지 못하고 간혹 형식적으로 대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공직자로서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국민의 입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책판단 기준의 제1은 위민성(爲民性)이라는 신조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성과 경제성, 효율성 등이 충돌할 때 필자의 신조를 지키지 못한 때도 있었다.

제갈공명의 후출사표(後出師表) 마지막에 국궁진력(鞠躬盡力)이란 말이 있는데 지난 30년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국궁(鞠躬)도 진력(盡力)도 부족했던 게 아닌가 다시 한 번 돌이키며 세심정혼(洗心淨魂) 해본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국민을 위해 국궁진력(鞠躬盡力)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한다면 먼 훗날 아쉬움보다는 공직생활을 행복했던 추억으로 가슴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침체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무자년(戊子年)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후배 공직자들이 기축년(己丑年) 새해에는 좀 더 분발해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희망을 심어주길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