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안창호의 애국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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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안창호의 애국정신

[목요세평]김형태 한남대 총장

  • 승인 2008-12-17 00:00
  • 신문게재 2008-12-18 20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2008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지금부터 102년 전인 1907년에 안창호는 을사조약이 체결돼 조국이 위태롭다는 소식을 듣고 지체 없이 미국에서 귀국해 평양 모란봉에 운집한 수만 군중 앞에서 다음과 같이 명연설을 시작했다. 다시 한 번 그 때 광경을 회상해 보자.

“여러분! 사랑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하는 나의 조국 대한의 동포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그냥 흥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네다. 우선 우리의 처지부터 생각해 봅세다. 우리가 남의 나라 사람한테 업수이 여김을 받을만 합네까? 아니합네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세다. 아마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할 것임을 깨달을 것입네다. 옛말에도 있듯이 사람이란 제가 자기를 업수이 여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자기를 업신여깁네다.

우리 국민이 모두 깨어서 자기의 덕을 닦고 행위를 바로 한다면 다른 사람이 업신여길래야 업신여길 수가 없는 것입네다. 물론 일본사람이 나쁘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입네다. 그들은 장차 우리 2천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가 되고야 말 것입네다. 우리들의 대한나라 - 4천년 내려오던 사랑스런 우리 조국은 일본사람의 더러운 발굽에 짓밟힐 것입네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재보(財寶)를 일본에 빼앗길 것이요, 우리들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이 일본의 남종, 여종으로 끌려갈 것입네다.”

여기까지 온 안창호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군중들도 급기야 오열을 터뜨렸다. 이승훈의 얼굴에도 두 줄기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안창호는 얼른 눈물을 닦고서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여러분! 울어서 무엇합네까? 우리가 못생겨 당하는 곤욕인데 어느 누구를 원망합네까? 여러분! 분한 생각으로는 당장 부지깽이라도 들고 나가 일본인들을 한 사람이라도 때려 죽이고 싶은 지경입니다마는 그것 가지고는 안됩네다.

일본사람들은 서양문명을 받아들여서 새 교육을 받기 때문에 세계의 대세를 알고 국민이 단결하여 한 덩어리로 뭉쳤습니다. 일본사람들은 4천만이라고 하지만 뭉쳐서 하나가 되었고 우리는 2천만 동포인데도 뿔뿔이 흩어진 모래알 같아서 2천만 각각 입네다. 2천만의 모래알이 4천만의 뭉친 힘 - 도도한 강물을 당해낼 수 없는 것입네다. 여러분! 우리는 뭉쳐야 합네다.

그네들을 막아내려면 우리는 한 덩어리로 뭉쳐야 합네다. 그래야 우리가 삽네다. 여러분,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은 하늘만 쳐다보고 살아 왔습네다.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됩네다. 보다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세계의 대세가 어떻게 되며 남들은 어떻게 사는가를 좀 살펴보아야 합네다. 우리는 잠을 깨야 합네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네다. 눈을 떠야 합네다. 우리가 깨기 위해서 잘 배워야 하고 후진들을 잘 가르쳐야 합네다. 전날과 같이 상투나 틀고 관 쓰고 앉아서 공자 왈 맹자 왈 해서는 안됩네다.

두가단(頭可斷)이언정 발불가단(髮不可斷)이라든가 수가단(手可斷)이언정 수불가단(袖不可斷)이라 하여 백호도 치지 않는 머리와 넓은 소매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묵은 사상을 가지고는 도저히 개명할 수가 없습네다. 의병을 일으키는 것도 좋습네다. 그러나 규율 없고 교양도 없는 군인은 아무데도 쓸 수 없습네다. 물고기를 낚으려면 먼저 그물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를 바로 잡으려면 먼저 우리도 깨어야 하고, 우리 후손에게 새 교육으로 가르쳐야 합네다. 일심정신(一心精神)으로 후배를 가르칩세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구하는 첫째 방법인 것입네다.”

안창호, 이승훈, 이갑은 여기서 의기투합하여 상투를 자르고, 담배와 술도 끊고, 새로운 용기로 먼저 교육 사업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오산에 신학문을 가르치는 강명의숙(講明義塾)이 탄생되었고 뒤에 이것이 오산학교로 발전된 것이다. 또 이승훈은 안창호가 발기한 신민회(新民 )에 가입하여 국가를 위한 큰 걸음으로 한발 더 나선 것이다. 100여 년 전부터 이렇게 뜨거운 애국자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들이 세계 230여개 국가 중 13위 경제강국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엔 석유가 나지 않고, 수출할 목재도 없으며, 금광이나 다이아몬드도 나오지 않는다. 전적으로 인간의 아이디어와 기술만 가지고 첨단과학상품들을 만들고, 자동차와 대형선박을 제조하여 세계 시장에 팔아야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의 소망은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기술인력, 고품격의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 밖에 없다.

100년 전 우리의 선각자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자식 기르는데 전력투구한 열매를 지금 따먹고 있으니, 우리 또한 100년 뒤의 후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과학기술과 함께 고상한 인격자를 길러야 되겠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위축 그리고 점증하는 청년실업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황금 백만 냥이 자식 하나 잘 기르는 것만 못하다.”(黃金百萬兩 不如一敎子)는 말을 깊이 생각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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