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다문화 사회,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나는야 논술 짱]다문화 사회,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고교논술

  • 승인 2008-12-17 00:00
  • 신문게재 2008-12-18 29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문제] (가)(나)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제시문(다)에 나타난 표를 바탕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제시문(라)를 참고하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법에 대해 논술하시오.

〔유의 사항〕
①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쓰지 말 것.
② 전체 분량은 1400(±140)자 내외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가) 필리핀인 엄마를 둔 김모(12)군. 초등학교 내내 숙제를 제대로 못하고 준비물도 못 챙겨 담임교사로부터 지적을 받아왔다. 엄마가 한국말이 서툴러 알림장을 봐도 챙겨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습부진아 판정을 받은 김군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왕따’가 됐다. 또래 아이들은 김군에게 갖은 심부름을 시켰고, 짓궂은 장난을 걸기 일쑤였다. 김군은 점점 더 말수가 줄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올 7월 현재 한국에 온 결혼 이민자 자녀는 5만8,000명.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한국 말이 서툴러 겪어야 하는 학습 부진과 따돌림이다. 교과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친구와 어울리지도 못하며, 심지어 장애아동 취급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다문화 가정이 가장 많은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최근 초ㆍ중학교에 재학중인 다문화가정 학생 7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63%가 “학교 생활 적응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가장 큰 이유로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어렵다’(38.5%)를 꼽았다. -한국일보 2008.11.3

(나) 이제 막 교대를 졸업하고 지방의 한 초등학교에 부임해서 2학년 담임을 맡게 된 박 교사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학급 인원 20명 가운데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이 무려 5명이나 되었던 것이다. 김슬기, 이아람 …… 이름이나 국적은 틀림없는 한국 아이들이지만 피부색이나 얼굴 생김새가 달라 한눈에도 외국 아이들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 아이들은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는 편이지만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어머니 밑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2학년인데도 아직 한글조차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했다. 더욱이 같은 반 녀석들이 서로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이유 없이 놀려대거나 왕따를 시키는 바람에 반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아이들을 타이르면서 박 교사 자신도 자기 안에 ‘서로 다른’ 다문화 가정 아동에 대한 편견이 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8서울교대 정시논술 제시문 발췌

(다)

(라)
‘당신의 정치적·종교적 신념과 행동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우선 남의 정치적·종교적 신념과 행동을 존중하라’, 바로 이것이 똘레랑스*의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똘레랑스는 당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길 요구하고, 당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믿음을 남에게 강제하는 행위에 반대합니다.

원래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은 설득에 의한 동의로 바뀔 수는 있어도 강제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강제에 의해 하루아침에 버릴 수 있는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이 나와 다르다고 강제하여 전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다만 인간성에 대한 몰이해이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념이나 신념에 대한 모독이 될 뿐입니다. 당신이 만약 그런 강제를 인정하고 있다면 당신과 그 대상자의 자리를 뒤바꾸어 보십시오.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이념과 신념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념과 신념이 당신에게 귀중한 것이라면 남의 그것들도 그에게는 똑같이 귀중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똘레랑스의 요구이며 인간 이성의 당연한 주장입니다.

똘레랑스가 강조되는 사회에선 강요나 강제하는 대신 토론합니다. 아주 열심히 토론합니다.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그러다 벽에 부딪히면 “그에겐 안 된 일이지만 할 수 없군!”하며 아주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섭니다. 강제로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습니다.

*‘똘레랑스’는 라틴어 ‘참다, 견디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서, ‘관용(寬容)’ 또는 ‘용인(容認)’이라는 뜻이다. -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에서

<학생글>
호수돈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해나

최근 6년간 3
▲ 김해나 호수돈여자고등학교 2학년
▲ 김해나 호수돈여자고등학교 2학년
배가 넘게 증가한 국제 결혼으로 인해 국제 결혼 가정의 자녀 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만 6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이나 초등학교 학생의 수가 많은 것은 갑작스레 증가한 국제 결혼의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그 수의 증가 속도는 지금까지 몇 배로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시된 표에 의하면 제시문(가)와 (나)를 보면 우리 사회가 이런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학습 부진 등의 이유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한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준비 소홀로 인하여 당황하고 있다. 지금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몇 년 이내로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한참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계속 이런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사회의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맞는 교육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열린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똘레랑스’란 관용의 정신이고 열린 마음의 자세이다. 생김새가 다르고, 사용하는 말도 다르고, 문화가 다른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록 생김새는 다를지라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사람으로 당당히 자라나서 우리와 똑같은 한국인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그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제시된 표에 의하면 국제결혼 중에서도 농촌에서 외국인 여자와 혼인하는 비율이 높다. 그것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와도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언어 습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엄마와의 언어활동인데, 외국인 엄마를 둔 아이들은 한국어에 서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 대해서 특별히 한글교육에 힘써야 한다. 또한, 그들은 지도하는 학교 선생님들부터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다른 민족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도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지금보다 더 훨씬 다양해지고 이질적인 문화가 어우러져야 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똘레랑스’를 어려서부터 익힐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가 발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출제의도와 총평>
호수돈여자고등학교 교사 박창연

최근 몇 년 동
▲ 박창연 호수돈여자고등학교 교사
▲ 박창연 호수돈여자고등학교 교사
안 우리 사회에서 매우 많이 쓰이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다문화 사회’다.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되돌릴 수 없는 추세로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울러 준비되지 않은 사회적 조건 하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상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 사회의 흐름은 대한민국 사회를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었던 단일민족주의와 혈통주의의 견고한 벽을 허물고 있고 앞으로 놀라운 숫자로 확산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도록 내버려두거나 최소한의 교육적인 수혜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계속 생겨난다면,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화 시대에 편협하고 배타적인 태도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본 논제는 변화하는 교육적 환경을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다문화사회를 마음으로 준비하도록 하는 의미에서 출제하였다. 앞으로 몇 년 이내에 한 교실 내에서 피부색이 다른 급우들을 만난다는 것을 가정하고 교육의 문제를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학생은 다문화사회에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문에 충실하게 잘 전개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런 문제해결식 논술에서 흔하게 지적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학생의 글도 마찬가지로 ‘적극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도가 아니라 좀더 구체적으로 ‘가정차원, 학교차원, 사회차원’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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