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다 보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서른을 넘긴 남성 화가가 왜 하필 인형을 소재로 삼았을까. 작가를 직접 만나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커다란 덩치에 선한 미소를 띄고 있는 작가가 작업실에 홀로 앉아 인형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시절 로봇과 인형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남자 아이들은 로봇과 하나가 돼 악당을 무찌르는 상상을 한다. 여자 아이들은 인형에 자신을 투영해 옷을 갈아 입히며 스스로 만족한다.
하지만 유년기를 지나면서 대개 이들과 이별하기 마련이다. 또, 남자=로봇, 여자=인형이라는 고정관념에 아직까지 묶여있다보면 순박하게 웃는 이 남성 작가에 대한 호감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그는 왜 인형을 바라보고 있을까?
박경범은 인형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고 말한다.
그는 “학창 시절 인체에 대한 탐구에 관심을 두고 인간의 표정이나 인체의 모습을 다루며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며 자신의 관심은 인간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탐구가 계속 될수록 어려움에 부딪혔다. 비슷한 표정과 자세를 계속해서 바라보면서 인간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 보였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외형적 획일성만 발견할 뿐이었다. 여기서 박경범은 인형을 소재로 택하게 된다.
▲인형 |
그는 “인형이 왜 저런 표정을 하고 왜 저런 옷을 입고 있을까 의심하다보니 그 인형을 꾸민 인간의 마음이 인형에 옮겨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인형에 투영된 인간의 모습에서 꾸미지 않은 인간성을 만나게 됐다”고 인형을 소재로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예상대로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인형에 비춰 바라보는 모습은 인간의 본질성을 탐구하는데 큰 도움을 받는다.
박경범은 “작품
▲박경범씨 |
박경범은 그동안 인형의 표정을 통해 살핀 인간의 감성을 인간이 역사를 품고 있는 명화로 옮겨 인간에 대한 탐구를 더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신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인 인간과 사람에 의해 탄생한 인형은 공통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당시 인간은 신의 형상에 인간의 모습을 투영해 인간을 신격화했지만 인형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참모습을 찾아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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