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 차재영 충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
구체적으로 몇 가지 주요 사항을 살펴보면, 우선 신문법 개정안에서는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신문사들 간의 인수합병이 무제한적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거대신문사들이 방송계에 진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국적인 신문 체인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외국에서만 볼 수 있었던 거대 미디어 복합기업을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보게 될지 모른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신문방송 겸영이 금지된 나라가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미국에서조차 동일한 시장에서는 신문방송 겸영이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서구 국가에서도 대부분 신문방송 겸영의 조건으로 시장 점유율 제한을 두고 있는데 반해, 이번 개정안에서는 그와 같은 통제 장치를 완전히 배제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식으로 되어 있다. 이럴 경우 여론 독과점을 초래할 위험성이 대단히 커진다.
또한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은 20%, 종합편성, 보도전문 채널은 49%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럴 경우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재벌 기업과 거대신문사가 지배하는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 보도전문 채널이 가능하게 된다. 심지어 외국 자본도 종합편성, 보도전문 채널에 대해 20%까지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방송법 개정이 “우리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거대신문사나 재벌 기업들은 이미 방송계에 진출해 있다. 예컨대 GS 그룹이 홈쇼핑방송 사업을 하고 있고, 중앙일보도 계열사를 통해 Q채널 등 여러 개의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은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그 소유를 제한해 왔던 것이다. 방송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한류 드라마처럼 외국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의 생산 능력을 진작시키는 것이 주일 텐데, 보도 부문의 전면적인 투자 개방이 과연 그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한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했다. 형법상의 명예회손죄가 당사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소위 친고죄로 되어 있었는데 반해, 새로운 사이버 모욕죄는 당사자의 고소 여부에 상관없이 국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화된다면,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훼손되고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 가치로 인정받아 온 언론의 공공성, 다양성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위협 받을 소지가 있는 이번 언론법 개정안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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