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자치
▲ 정호집 대전시선관위 사무국장 |
정부가 실시하려는 학교자율화 조치에 의하면 교육감의 권한은 더욱 강화되어 대부분의 교육정책을 교육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며, 학교 운영전반에 대한 지시· 감독의 근거가 됐던 정부의 장학지도권이 폐지되고 우열반과 0교시수업이나 심야 · 보충수업, 방과 후 학교 허용여부도 교육감이 정할 수 있고 나아가 특수목적고의 신설시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사전협의권도 폐지된다고 한다. 이렇듯 예산, 인사,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교육감이 개개인의 능력과 어떤 교육철학과 정책우선순위를 가지느냐에 따라 우리 대전의 교육 수준이 현저히 달라질 수 있다. 사실상 초중고교의 교육 성패는 교육감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교육감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치러진 타 시도의 교육감선거 투표율은 15~20% 정도로 너무나 저조해 대전의 경우도 염려가 되는 상황이다. 모든 국민이 교육전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열은 높지만 지역교육 책임자인 교육감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하다. 교육자치에 대한 생소함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다지만 세계적으로 높은 우리의 교육열을 생각해 볼 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 위원회가 지난 9월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를 보면 투표여부를 “모르겠다” 고 응답한 유권자 중 60.6%가 “교육감선거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교육감을 누가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댄 응답자도 29.7%나 된다. 물론 “누가 해도 상관이 없는” 교육감은 없다. 우리 아이의 교육문제는 중요하지만 그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은 누가 해도 상관이 없다니, 어불성설이다.
높은 투표율은 교육자치에 대한 시민들의 동기부여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동시에 교육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에도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지만, 앞선 타시도의 교육감선거처럼 낮은 투표율로써 당선된다면 그가 대표성을 인정받기까지는 걸림돌이 될 여지가 많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권도 의사표현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나 하나의 기권이 교육정책 수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그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선거에 소요되는 엄청난 예산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서 치러진 충남도교육감선거에 135억원, 전북도교육감선거에 121억원, 서울의 경우엔 32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었고, 대전의 소요예산도 109억원이나 된다. 선거에 소요되는 이러한 비용을 일컬어 민주주의의 비용이라 한다. 이 비용이 ‘낭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올바른 교육감을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자치단체장선거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교육감선거는 교육관계자들의 일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그 마음가짐부터 버려야 한다. 말 뿐인 교육자치가 아니라 실천하는 교육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교육정책의 수혜자인 유권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교육정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하면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간디는 권리의 진정한 연원은 의무라고 했다. 이번 대전광역시 교육감선거에 있어 투표는 바로 대전시민으로서의 소중한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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