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성장이 우선인가, 분배가 우선인가?

[나는야 논술 짱]성장이 우선인가, 분배가 우선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고교논술

  • 승인 2008-12-17 00:00
  • 신문게재 2008-12-18 28면

[문제]
(가)와 (나)를 참고하여 성장과 분배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 유의 사항
1. 적절한 제목을 붙일 것
2. 구체적 근거를 제시할 것.
3.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500자 (±150) 내외로 작성할 것.

(가) 정부는 올해 국정 운용목표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동반성장’으로 잡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불균형과 차별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양극화가 문제라는 데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래서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는 듯하다. 하지만 그게 ‘한국경제의 황금기’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양극화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차례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양극화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양극화를 경기침체의 결과가 아닌 원인으로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선후(先後) 관계가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양극화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진 게 아니라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양극화의 고통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커진 것으로 봐야 한다.

양극화는 시장경제에서 피할 수 없는 일종의 필요악이다. 양극화가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잘하고 능력 있는 기업은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퇴출된다. 그런 차별화가 기업인들에게 혁신에 따르는 위험을 무릅쓸 동기를 제공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야 분배 문제도 풀린다.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절대빈곤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양극화와 차별을 무조건 부정하면 잘 하는 집단의 발목을 붙잡고, 성공한 것이 잘못이라는 식의 역차별로 변질될 수도 있다. 남보다 앞서려는 의지와 동기를 없애버리면 경제는 활력을 잃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올 들어 신용카드 사용액과 자동차 판매 같은 소비지표가 좋아지고 있고,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민간부문의 활력을 살릴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동반성장론은 그걸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 조선일보 사설 중에서

(나) 2차선 일방통행 터널 앞에 차들이 서 있다. 한국이 선진국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방통행의 긴 터널을 통과해야만 한다. 처음에 두 차선 중 어느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차선에서 기다리는 운전자들은 조금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자기가 서 있는 차선도 곧 움직일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참는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한쪽 차선만 계속 움직일 뿐 자기 차선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터널 앞에서 차량소통을 규제하는 교통경찰이 있었다고 치자. 정체하는 차선의 운전자들이 경찰의 수신호를 언제까지나 들을까? 성급하거나 불만에 찬 운전자는 무리한 끼어들기를 시도하면서 여기저기 접촉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교통경찰도 무시당하게 되고 터널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릴 수도 있을 터이다.

허쉬만(A.O. Sirschman)이 말하는 ‘터널효과’는 양극화의 부작용을 실감나게 경고한다. 상위 1%가 전국 사유 토지의 51.5%를, 상위 5%가 82.7%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서 경제성장 7%의 의미는 무엇일까?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소득보다 7.5배에 달하는 한국에서 4만 달러 국민소득은 무엇을 의미할까?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여성은 더 형편없는 수준인 한국에서 7대 경제 강국이 갖는 의미는 또 무어란 말인가? - 오마이뉴스 중에서

<논제·출제 의도 분석>

한 나라의 경제를 파이(Pie)라고 보자. 성장주의자들은 일단 그 파이를 크게 키운 다음 나눠 먹자고 주장한다. 쥐꼬리만한 파이를 수십 수백 등분하면 한 사람당 먹는 조각은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이니 그 파이가 커질 때까지 일부만 배불리 나눠먹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파이의 냄새만 맡게 하자는 것이다.

그 냄새에 자극받은 나머지 사람들은 파이를 만드는 일에 더 열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분배주의자들은 일단 나눠먹고 시작하자고 한다. 뭐든 먹어야 군불을 때고 반죽을 하고 사과를 따서 파이를 만들든 쿠키를 만들든 한다는 것이다.

제시문 ㈎는 양극화는 필요악이며 오히려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글로서 성장주의자들의 주장을 잘 드러낸 신문 사설이다. 이에 반해 제시문 ㈏는 허쉬만의 ‘터널 효과’를 근거로 양극화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글로서 분배주의자들의 주장을 드러낸 논설이다. 둘 다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번 논제는 제시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주장하느냐가 관건이다.

<학생답안>
대전전민고 2학년 김주희

지금 우리나
▲ 김주희 대전전민고 2학년
▲ 김주희 대전전민고 2학년
라는 누릴 것 다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하루의 밥을 먹는 것을 걱정하고 연탄을 아끼려고 찬 골방에서 덜덜 떨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판자촌 옆에 타워팰리스가 들어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이 옳을까?

성장 위주의 정책이 일시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비해 분배 위주의 정책은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60-70년대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으나 하층민은 지금도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다. 아무리 20%의 사람들이 이끌어 간다 하더라고 80%가 없는 20%는 존재할 수 없다. 결국 80%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양극화나 여러 가지 문제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계속되는 발전에서 뒤처지다 보면 그들의 발전 의욕과 사회에 대한 신뢰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반해 분배 위주의 정책은 양극화를 완화시켜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여준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더 일할 힘을 얻고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토대가 된다.

핀란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분배 위주의 정책이 성장 위주의 정책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핀란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실업률이 30%까지 오를 정도로 경제가 어려웠었다. 해결책을 찾는 도중, 핀란드는 그들이 가진 것은 천연자원과 사람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사람을 중시하는 ‘복지’에 신경쓰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상 교육인데, 대학원까지의 학비를 정부가 지원하기 위해 소득에 따라 최고 60%까지 높은 세금을 걷는다.

또한 이를 위해 1999년 정부 공개법을 제정하고, 모든 국민을 비롯하여, 공직자, 기업인, 인기 연예인, 스포츠인들의 재산 변동 내역과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게 한다. 이렇게 많은 세금을 걷어도 핀란드의 대표기업 노키아는 핀란드를 떠나지 않는다. 세금 대신, 무상 교육으로 배출된 훌륭한 인재들을 얻게 되고 그들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년 23000~24000개의 기업이 신규 등록되고 결국 추락 10년 만에 미국을 앞지르게 되었다. 미국만큼 백만장자는 없지만 골고루 잘사는 나라 핀란드는 세계 경제 포럼에서 국가 경쟁력 1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 속담에 콩 한 쪽도 나누어 먹으라는 말이 있다. 성장 위주의 정책을 옹호하는 이들은 “콩을 심어서 더 많은 콩을 얻어 우리가 더 배불리 먹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콩을 심어서 새로운 콩들을 만들어 내었으나 그것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콩을 나누어 주지 않으면 삶이 위태로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콩을 나누어 주어야 할 때이다. 언제까지나 ‘성장’이라는 목적 아래 그들을 남겨 두고 전진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을 태운 배에 소수를 사공으로 두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 모든 이들이 함께 노를 저어야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총평>
김충식 대전전민고 교사

논술의 기본은
▲ 김충식 대전전민고 교사
▲ 김충식 대전전민고 교사
제시문을 분석하여 출제의도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다. 문장력이 아무리 좋아도 제시문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찾아내지 못하면 엉뚱한 글을 쓰게 된다. 김주희 학생은 제시문을 완벽하게 분석하여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라는 논제를 정확하게 찾아서 출제 의도에 맞게 글을 썼다.

내용면에서 허쉬만의 ‘터널효과’를 완전하게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어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활용하였다. 일반인들도 잘 모르는 핀란드의 사례를 제시하여 글의 독창성을 갖추고 배경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성장주의자들의 주장을 먼저 제시한 후에 반박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글의 구성방식도 훌륭하다.

표현면에서 분량이 1488 글자 정도로 출제자가 요구한 분량을 잘 지켰고, 어휘의 사용과 문장 성분의 호응도 정확하다. 그리고 문단 구성도 논리적으로 잘 되었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논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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