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수한
▲ 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웃지 못할 현실이다. 그 여학생들은 원하는 곳에 취업했을까? 그들의 성공담을 채 듣지 못하고 나는 대전에 내려왔다. 지방대학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2008학년도 4학년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지난 가을 한참 대기업의 공채공고가 날 무렵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그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경제 선행지표가 이지경이면 졸업을 앞둔 마당에 기업 공채기회가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무렵 미네르바 신드롬이 수면에 떠올랐다. 그의 불길한 예언은 장기간의 불황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애써 외면하고 싶은 카산드라의 예언과 같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아폴론의 저주로 예언능력을 갖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불행한 운명의 예언가였다. ‘트로이의 목마’를 들이는 것이 공명의 길이라고 주장했지만 끝내 묵살되고 말았고, 예언대로 트로이는 함락되고 만다.
우리는 불길한 예언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성공신화에 익숙한 우리는 ‘하면 된다’ 정신과 ‘할수 있다’라는 긍정적 자기 암시만이 자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사람의 운을 바꾸어놓는다. 낙관적인 인생관,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우리를 좀더 의욕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시경제는 다르다. 어설픈 희망과 낙관론은 트로이의 목마와 같다. 이미 세계경제체제에 편입되어 있는데, 외부의 상황과 경제지표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스타일대로 밀어부쳐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부디 미네르바의 예언이 틀리기를 바란다.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되어서 반쪽난 펀드도, 집값도 원상회복하고 경기도 살아났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니 경제전문가와 관료들에게 바라건대, 경제회생책에 집중하라. 마녀사냥만 하지 말고, 근현대사 바꾸어놓는데 열중하지 말고, 부자들의 감세나 신경쓰지 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법 개정에 몰두하지 말고, 제발 서민이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길을 마련하라. 대의정치를 위임받은 자들이라면 본분을 지켜야 마땅하다.
청년실업의 요인은 좋은 직장만을 찾으려는 청년들의 안이함 때문이 아니다. 이력서를 100번 넘게 써야하는 우리 대학생들은 대기업 공채가 일단락되면 중소기업에도 열심히 지원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부는 마당에 중소기업인들 신입사원을 뽑겠는가? 더구나 중소기업이 알차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그들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
그러나, 판도라가 열어젖힌 온갖 불운의 상자 맨 밑에는 희망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아직 역경을 이길 희망의 힘이 남아있기를, 그리고 졸업을 앞둔 우리 청년들에게도 희망이 힘이 되어주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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