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무 예뻐
▲ 김선종 우송대학교 총장 |
요즈음 손녀딸이 앙증맞게 두 손으로 턱에 브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엉덩이를 뒤로 살짝 빼고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불러대는 노래다. 몸짓이며 노래가 제법 간드러져있다. 마누라 말로는 요즈음 한창 뜨는 노래란다. 그동안 뜨는 노래는커녕 ‘뜬다’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모르고 지낸 우리 부부였거늘 손녀 때문에 별걸 다 알게 되었다.
녀석 덕분에 머릿속으로 저절로 ‘쏘 핫 핫’을 웅얼거리며 신문을 펼치니 신조어 하나가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바로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가 만들어 낸 ‘핫 에이지(Hot Age)’라는 단어였다.
“달려라 중년이여... You‘re so hot!”
머리글을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할아버지도 쏘 핫 노래 알아요?”
옆에서 블록 쌓기를 하다가 ‘쏘 핫’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 녀석이 살며시 볼우물을 판다.
“으응, 할아버진 잘 몰라. 우리 인경이가 가르쳐주렴.”
“네 알았어요. 이거 다하고 인경이가 쏘 핫 가르쳐줄게요.”
한동안 은퇴를 코앞에 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서드 에이지(Third Age)’에 관심이 매우 컸었다. 마흔 이후의 중년을 지칭한 이 단어도 새들러가 만들어 냈는데,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핫 에이지’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마흔 이후는 젊음과 완숙함을 통합해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고, 더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핫 에이지’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디 평균수명만 길어진 것인가. 건강 나이도 길어져서 이제 중년은 40대에서 5~60 대로 올라가고 있지만, 어쩌면 70대까지로 올라가야 할 것이다.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관리만 잘하면 70대도 얼마든지 중년이 가능하다고 본다.
인생의 새로운 절정기인 마흔 이후의 ‘핫 에이지’는 우선 인생의 성공에 대한 기준부터 그 시각을 달리한다. 부, 명예, 좋은 직업이라는 외적기준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추구하는 내적만족의 길이 성공이라는 것이며, 자신을 배려하는 이 새로운 정의가 ‘핫 에이지’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삶에 있어서 일이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것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따르며 여가와 조화시키는 일이어야 할 것이며, 정신적 젊음을 유지해야 ‘핫 에이지’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을 잘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새들러는 몇몇의 조건을 정리해두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여건이 다르고 삶의 빛깔이 다르기에 자신의 방식대로 ‘핫 에이지’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나는 내 손녀를 만남으로 해서 ‘핫 에이지’의 출발점에 서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그 아이의 밝음으로 해서 소년이후로 비로소 아주 명랑하고 순수하게 웃어 볼 수 있었으며, 그 아이의 호기심으로 해서 내가 모르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고, 그 아이가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 아이를 따라가며 새로운 삶을 깨우쳐 배워가고, 그리고 젊게 나이를 먹어가는 중이다. 그 아이를 통해 놀이공원에 있는 풍선기구도 타보았고, 그 녀석과 손잡음을 통해 사랑의 따스함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이만하면 내 손녀는 나를 새로운 삶으로 직접 인도하는 새들러 이상의 참 스승인 셈이다.
나는 어린 손녀를 만남으로 해서 새롭게 원기를 회복하여 그 애를 따라 깡충깡충 뛰면서, 그 애를 따라 ‘난 너무 예뻐요~ 쏘 핫 핫’하고 웅얼거리니 아내가 허리를 잡고 깔깔댄다.
“난 너무 괜찮아요~ 쏘 핫 핫. 아무러면 어때요오....”
내 평생 처음 말짱한 정신으로 손녀 애를 따라 몸 장단을 쳐본다. 나는 요즈음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나를 권위와 체면에서 바꿔 세살 손녀 세대의 순수한 생각과 지혜로 저절로 나를 갱신해가는 중이다. 그 애가 밝고 따스하고 바르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먼저 내 삶의 자세부터 바르게 갖추어야 하리라고 다짐하면서. 그리고 또한 죽음도 삶의 한 성장과정이라 생각하며 늘 새로운 배움과 시작을 통해 바르고 활기찬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합니다. I am so hot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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