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코리아’는 국토와 도시공간의 관리에 적극적으로 디자인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단히 선진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싶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과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공공영역의 예술은 제대로 방향을 잡기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영역의 예술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예술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도시마다 획일적인 공공예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공예술은 궁극적으로 도시를 혁신시키는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공공예술은 자칫 이전의 문화도시 열풍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수많은 지자체가 10여년 이상 문화도시를 꿈꾸었지만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가 만들어졌다거나 성공적인 과정을 밟고 있다는 평가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문화도시 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한 것은 건설의 개념으로 접근해기 때문이다. 유럽의 도시들은 문화도시에서 창조도시의 관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문화도시는 도시의 문화적 자원과 예술적 기풍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세우고 이를 관광자원화해 수익모델로 발전시킨 것이다. 반면 창조도시는 도시의 문화적 에너지와 예술적 창의성을 산업발전의 에너지로 활용한다.
문화도시가 보이는 것의 자원화에 집중화했다면 창조도시는 보이지 않는 것에 자원화해 더 큰 에너지로 바꾸는 문화와 산업의 통섭(通涉) 모델인 셈이다. 대전이 올해 화두로 내세웠던 ‘창조도시’는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 창조도시의 성립과정이다. 이에 과학과 예술의 만나는 창조도시 대전의 공공예술이 나갈 방향을 전문가, 시민, 외국인들과 이야기 나눠봤다. <편집자 주>
▲대전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그저 예뻐지지만
▲ 성공적 공공예술을 이루기 위해서는 도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이해 가 전제돼야 한다. 사진은 지역 명소로 사랑받고 있는 엑스포 다리 모습. |
도시가 말을 걸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이탈리아의 베로나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로마에는 포로 로마노, 한국 남원에는 춘향이가 있다. 베로나와 로마가 다르듯 남원과 대전의 공공 예술이 서로 달라야 하고 그 ‘다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야말로 대전이 내세울 수 있는 공공예술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여종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은 “가양동 한 길가 가로수에 청양에서나 볼 수 있는 고추를 상징이 돼 있다”며 “이것이 대전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청동기 유적기의 대표적인 대전지역을 공공조형물과 접목시키는 작업 등 지역 특색을 나타낼 수 있는 공공예술의 이야기를 발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공공예술가 미국 시카고예술대학 메리 제인 제이콥(Mary Jane Jacob)은 지난달 현지 인터뷰에서 “특정한 목적과 공동체에 줄 수 있는 뚜렷한 성과는 구성원마다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마다 다양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각 공동체마다 프로젝트를 단기적으로 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할 것인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어떤 이득을 줄 것인지를 수많은 소통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뤄져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작가와 전문가,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얽혀져 있는 관계망을 열린 마음으로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공예술을 밑거름으로 창조도시를 만들어라.
창조도시 연구의 거장인 사사키 마사유키 오사카 시립대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문화도시 국제 컨퍼런스’에서 “21세기 글로벌사회는 민족국가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큰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일본의 도시는 장기적 경제침체를 창조도시와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창조도시의 필수 요소는 시민들이 자유로운 창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일상적인 삶에서 예술성을 추구할 만큼의 수입과 여가시간 보장, 대학·연구소·극장·도서관·예술회관 등의 연계를 통한 과학과 예술의 상호교류, 문화·산업·환경을 포괄하는 종합 정책”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창조도시가 되기 위한 인재를 유지·유치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문화기관과 공공장소, 고유성을 살린 문화단지를 조성하고 다양한 테마의 상점, 디자인, 전통을 둔 상징적 건물 및 거리, 혁신적 창업가를 육성, 지원해야 한다는 말한다.
중도일보 미술담당 이시우 기자는 “도시 디자인과를 신설하고 무지개프로젝트 시행보다는 젊은 작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창조도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공공예술의 환경조성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이 세우는 정책과 규제보다는 대전이 가진 문화력과 예술인이 핵심이다. 창조도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전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를 숙고하고 어떤 예술가들이 살고 있는지부터 살펴야한다는 여론이다.
▲현실과 현장, 구성원들이 삼위일체
대전시는 지난
▲ 성공적 공공예술 사례로 꼽히고 있는 미국 시카고 장 뒤 뷔페의 'Monument with Standing Beast'. |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미술, 건축, 디자인, 철학, 관광 등 30명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한 공공미술위원회가 발족돼 공공장소(24개 사업), 캠페인(5개), 서울상징(1개), 서울시 개발 사업(10개) 등 41개 사업을 오는 2010년까지 수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서울시는 과업제시. 응모, 경쟁, 심사 등 작품 선정 전과정을 ‘도시갤러리 추진센터’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작품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진행할 뿐만 아니라 예술교육 및 이해, 전시·교육프로그램을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예술 특히 공공디자인에서 큰 장애물은 행정기관과 규제라고 지적한다.
공공작업소 심심 김병수 대표는 “동문거리 디자인 사업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과 언쟁이 끝이지 않았다”며 “행정기관에서도 무조건 안 되는 규제만 내세우기 말고 어떻게 하면 합심해 더 나은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김억중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도 “지난 7월 도시 디자인과가 신설된 후 구체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어떤 절차 형식이 아니라 디자인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제도적인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창조도시는 창의력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여건이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나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현실과 현장, 행정기관이 삼위일체로 ‘심의와 허락 기관’이 아니라 ‘쌍방 소통하는 관계’라고 말하며 ‘진정한 창조도시 공공예술 대전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기관들의 틈을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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