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생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따뜻한 봄을 기다리듯 땅 속 어딘가에서는 새 생명을 틔워내기 위한 몸부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봄을 이야기하기는 이르지만 그동안 축적한 에너지로 먼저 싹을 틔운 곳이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지난 3일부터 제 5전시실에서는 풀잎 향기 가득한 ‘2008소장품전 풀잎이야기’가 한창이다.
소장풍전은 미술
▲ 순수한 모순-윤종석 |
▲ 무제-김홍주 |
대전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전시립미술관은 지역 미술을 정리, 연구하기 위한 미술사적 가치를 가진 작품이나 지역 내 창작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수 작가의 대표작, 한국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에 대한 수집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매년 2억여원을 들여 지금까지 수집한 작품이 738점에 이른다.
소장품전은 그동안 미술관이 어떠한 경향으로 작품을 수집해 앞으로 어떤 꽃을 피워낼 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올해 열리는 소장품전에는 그동안 수집한 작품 가운데 한국화, 서양화, 판화 중에서 식물(잡초, 꽃, 나무, 풀잎) 등을 소재로 그려진 작품을 선별해 선보인다.
장승업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취화선’의 그림을 실제로 그린 것으로도 유명한 김선두는 남도의 황토산과 잡풀들은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우리나라 어디에나 무성하게 자라는 잡풀이지만 그속에는 어딘가 모를 그리움을 담아냈다. 좌절과 고통 속에서 끈질기게 이어온 생명력이지만 화려한 무대 위가 아니라 후미진 뒤안길을 걷고 있는 민초들의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남도의 황토산에 풀잎들이 기운차게 그려진 ‘그리운 잡풀’을 만날 수 있다.
또, 세필로 그려 넣은 세부가 모여서 전체를 이루고 세부는 그 자체로 완결성과 독립성을 꽃으로 표현한 김홍주를 비롯 꽂이미지를 이용한 윤종석, 이정아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잡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강소, 김종학, 한평생 농원, 과수원, 산, 들, 연못 등 우리네 주변의 흔히 만날 수 있는 친숙한 풍경들을 소재로 한 이대원,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이야기하는 이선희,유근영, 식물의 열매를 이용한 이성원의 작품과 이종협, 오세영의 판화 작품까지 전시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 식물의 모습을 접할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풀잎 이야기는 봄이 오는 길목에 선 내년 2월 15일까지 계속된다./이시우기자 jabd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