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족의 죽음에서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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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족의 죽음에서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되새긴다

■화제의 책 : 낙천주의자의 딸

  • 승인 2008-12-09 00:00
  • 신문게재 2008-12-10 11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마크 트웨인, 헨리 제임스, 에드가 앨런 포, 윌리엄 포크너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미국의 대표작가이다. 그런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분이 있었으니 바로 ‘유도라 웰티’이다. 이 작가의 대표작 <낙천주의자의 딸>이 새롭게 번역되어 조금씩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
한 이름이지만 유도라 웰티는 8회에 걸쳐 오헨리 문학상 수상, 전미 도서상 ,풀리쳐상, 미국학술원 금상, 전미평론가협회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했고, 98년에 생존하는 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국립도서관이 발행하는 미국 문학 작가 총서에 이름을 올리면서 미국 내에서는 명성을 떨쳤다. 미국 국립도서관이 발행하는 작가총서는 위대한 미국작가들을 기리기 위한 ‘명예의 전당’ 쯤으로 보면 무방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처럼 화려한 이력과 비평적 찬사에도 불구하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이유를 ‘직역적인 작가’였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녀는 1909년 태어나 200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대학을 다녔던 시절을 제하면 미시시피 주의 잭슨 시에서 내내 살았다고 한다. 거주지가 남부이다 보니 자신이 살던 지역을 배경으로 모든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런 이유에서 노벨문학상의 범주에는 들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

유도라 웰티의 대표작인 『낙천주의자의 딸』은 퓰리처상 수상작(1973년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살아가던 주인공 로렐 핸드는 아버지의 수술 소식을 듣고 뉴올리언스로 오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수술 후 죽음을 맞게 된다. 로렐은 아버지의 어리석고 젊은 새 부인 페이와 같이 그녀가 예전에 살았던, 미시시피의 집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르고 옛 친구들과도 재회한다.

『낙천주의자의 딸』은 플롯이 자아내는 박진감 넘치는 변화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갈등을 읽어내는 재미가 훨씬 더 크다. 그 핵심 인물이 바로 로렐과 페이다. 매켈바 판사와 결혼한 페이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헤아려주는 마음이 결여된 이기주의자로,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미시시피 주 마운트 세일러스의 옛집으로 돌아온 로렐과 사사건건 부딪힐 뿐만 아니라 조문하러 온 이웃집 사람들에게도 예의 없이 함부로 대한다.

로렐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 이웃사람들이 건네는 따듯한 위로를 받으며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지만 한편으로 페이의 무례한 행동과 가시 돋친 말을 감내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과거 속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전사한 남편을 만나면서 화해와 용서의 길을 찾으려 애쓴다.
‘기억은 소유가 아니라 자유로워진 손 안에, 용서받고 자유로워진 손 안에, 비어 있지만 꿈들에 의해 복구되는 방식으로 다시 채워질’ 거라고 생각하며.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일생 동안 수많은 추억과 고통의 순간을 함께 나누지만 막상 가족들 중 누군가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슬퍼해야 할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분명해지면 그동안 묻어두었던 단절과 소통의 문제가 급부상하게 된다. 특히 그 빈자리가 클수록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눈앞의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한 개인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살아 있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생채기를 남기고 제각각의 형상으로 기억된다.

단 한 번도 희망을 얘기한 적이 없으면서 자신이 낙천주의자라고 말하는 아버지.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행동하고 말하면서 로렐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어가는 페이. 로렐이 도시로 떠나지 않고 옛집에서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이웃집 사람들과 친구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 있는 집을 돌아보며 즐거움과 고통이 공존하는 지난 시간을 마음속 깊이 소중히 간직하려는 로렐. 이들이 삶과 죽음,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방식은 인간의 보편적인 내면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로렐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전개되는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가 무서운 얼굴로 자신을 낙천주의자라고 하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그는 아내를 사랑했다. 그녀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 괜찮았다. 그녀가 내몰려서 무슨 말을 하든 괜찮았다. 하지만 그것은 괜찮은 게 아니었다. 그녀의 문제는 바로 절망이었고, 그녀가 절망적으로 사랑하고, 그녀가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렇게 만들 힘이 없었다. 그것은 배반에 대한 배반이었다.

로렐은 오늘 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삶의 고통 속으로 다시 끌어다놓고 싶었다.
그녀는 앉아서 오직 한 가지만 생각했다. 더 이상 말로 할 것이 없어진 오랜 후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의 손을 붙잡고 있던 기억, 그녀의 손과 아버지의 손이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있던 기억, 그 한 가지만 생각했다.‘

우리는 과연 부모에게 어떤 딸이고 자식이었는가? 그리고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한번쯤 곱씹어볼 문제를 소설을 통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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