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돌이켜
▲ 진태구 태안군수 |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희망찬 내일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던 태안이 사상 최악의 유류사고로 기억되는 사고로 절망에 빠진것도 같은 해다.
사고 발생 이틀만에 태안해변을 덮쳐버린 검은 기름은 군민들을 좌절로 몰아넣었고,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날로 민심이 어지러워지고 앞날이 막막해진 주민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일어났다.
생태계의 보고로 일컬어지던 태안반도는 하루아침에 망가져 어쩌면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렸다.
사고가 난 후 이틀만에 태안해안을 찾은 자원봉사자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백명, 천명, 만명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원봉사자들이 북서풍의 칼바람을 맞으며 해안가에서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6월까지 계속된 자원봉사자는 123만여명으로 세계자원봉사의 역사를 다시 섰다.
온 국민들의 태안 사랑에 힘입어 군민들은 4월부터 오염이 덜 된 지역을 중심으로 조업을 재개하기 시작해 9월에는 모든 항포구에서 만선을 꿈꾸며 배가 출항했다.
6월말에는 사고의 직격탄을 맞아 가장 피해가 컸던 만리포 해수욕장이 개장했다. 올해 초만 해도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원봉사자들과 군민, 그리고 정부, 기업체 등 태안을 아껴주신 모든 분들이 함께 만들어 낸 기적의 상징이 바로 만리포 해수욕장의 개장이다.
비록 피서철에 태안을 찾아오신 관광객들은 190여만명으로 예년에 비하면 크게 줄었지만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올해는 사고를 극복한 것을 대외에 천명하고 내년, 내후년을 기약하는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문제 가운데 하나인 피해배상 문제는 아직까지 피해접수가 계속되고 있다. 배상이 이처럼 늦어지는 것은 유류오염사고 배상체계의 복잡함과 피해민들이 그 피해를 입증해야한다는 불합리한 구조 때문이다.
국제기금이 피해 입증자료가 있어야 보상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상거래 문화의 특성상 증거제시가 곤란해 배상청구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군은 피해발생 현황을 접수·정리하는 데 초점을 두는 한편, 입증자료 제시가 어려운 피해주민들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별·업종별 표준소득 추계, 맨손어업 대상자 선정기준, 보상 받지 못한 주민 지원 규정 등이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
이제 우리 태안에 필요한 것은 하루빨리 유류사고를 털어내고 재도약하는 것이다. 우선 태안의 유류사고 이미지를 걷어내고 예전의 청정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을 통해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체험관광의 활성화를 통해 군을 직접 알릴 작정이다.
국민들이 태안을 찾아 직접 보고, 만지고, 먹고, 느끼면서 ‘태안이 정말 깨끗해졌구나!’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 태안의 청정 이미지 회복도 빠른 시일내 가능할 것이다.
내년은 태안군이 복군된 지 2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 4월 열리는 안면도에서 국제꽃박람회를 계기로 ’제2의 태안 기적의 해’로 만들 계획이다.
충남도와의 긴밀한 협조와 군민과 함께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준비해 전국민에게 태안군민의 저력을 보여주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다시 태어난 우리 태안을 잊지 말고 다시 찾아주시길 당부드린다. 우리는 예전의 아름다움을 회복했고 예전보다 더 나은 서비스와 친절정신으로 무장해 결코 실망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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