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감시시스템... 예산 관리 '제멋대로'

구멍난 감시시스템... 예산 관리 '제멋대로'

<지역공공재정 효율성을 꾀하자> (중)지역공공재정 감시시스템 문제없나

  • 승인 2008-12-04 00:00
  • 신문게재 2008-12-05 8면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2008년 대한민국에서 쓰는 예산은 256조가 넘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대 기업의 2007년 매출이 총 216조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돈이 어떻게 마련되고 분류되어 사용되고 있는지 관심이 소홀하다.

예산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일 뿐 아니라 국민 삶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예산집행의 현실을 보는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많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민자 사업에 ‘최소수입보장’ 명목으로 혈세를 거저 ‘제공’하면서도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관련 예산이나 재해 방지 예산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삭감하는 일이 빈번하다.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보도블록 교체나 도로 재포장 등 밀어내기식 예산집행을 보는 시민들은 예산의 효율성과 적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민선자치시대와 더불어 단체장의 선거를 겨냥한 선심행정, 전시행정이 사라지지 않아 혈세를 축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공공재정 감시시스템이 확고히 구축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공공재정
▲ 지역시민단체들이 도민체전을 준비중인 청양군에 체육시설 예산과다 투입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하는 장면.
▲ 지역시민단체들이 도민체전을 준비중인 청양군에 체육시설 예산과다 투입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하는 장면.
감시시스템 실태=예산의 결정도 중요하지만,결정된 예산을 집행하는 일 또한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

예산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는 책임성의 문제이다. 갖가지 예산낭비에도 불구하고 예산정책결정자나 집행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불법ㆍ부정한 경우가 아니고는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산운영상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 통제를 위한 내부적 통제ㆍ감시 장치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나 감사원 등 각종의 제도적인 장치가 가동되고 있다. 지자체의 경우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감사실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가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 심의권과 집행예산의 회계검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통제 시스템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감사부서의 인사권을 단체장이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장의 행정력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자체 감사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란 기대는 하기 어렵다. 설사 감사가 이뤄져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상위부서 통제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각 행정기관 내에 존재하는 감사기구는 순환보직으로 인해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정파성에서 자유로워야 할 감사원마저 최근 농업직불제 감사결과가 공개를 지연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립성을 의심 받았다. 결국 감사원도 대통령 직속기구에 있다보니 감사활동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주민의 손으로 뽑아준 지방의회가 통제시스템을 지탱해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당공천으로 구성된 지방의회는 정파성을 띨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로 집행부 예산 감시기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단체장과 같은 정당 출신이 다수 포진한 지방의회의 경우 ‘거수기’역할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소속 정당 지방의회 공천권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단체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지방의원 입장에서도 지역민원과 자신의 공약이행을 위해선 단체장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예산편성의 부적정이 발견돼도 집행부와 끝까지 맞서는데 부담을 안고 있다.

대전ㆍ충남의 지방의회에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발견된다. 예산심의때는 목소리를 키워 문제점을 지적하며 예산을 깍을 태세이다가 계수조정 과정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는 지방의원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심사후에 예산을 삭감 또는 축소한 뒤에도 단체장의 물밑 협조요청이 오면 추경예산에서 슬그머니 살려주는 예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방의원이 예산심의 때 통과조건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내거는 물밑거래(?)’도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회의 예산감시 기능에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같이 공식적인 예산낭비감시기구들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주민 불신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외부적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외부적 통제역할은 현재 시민단체 등이 주로 맡고 있다.

▲외부 통제시스템도‘한계’=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난 7월 충남도가 2008년 제1회 추경예산을 편성하자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왔다. 퇴임 선출직 공직자와 퇴임 행정공무원의 친목단체인 의정동우회와 행정동우회를 지원하는 예산과 전국 쌀사랑 음식축제의 도비지원액 등 일부 편성 예산안이 적정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있어 혈세낭비요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많은 부분 의 예산안 삭감을 들고나온 이들의 주장은 그러나 집행부가 크게 귀기울여주지 않아 메아리로 그쳤다.

외부 통제시스템인 시민단체의 지적이 현실적으로 반영되지 않자 도내 곳곳에선 2006년 도입된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 등 엉터리 행정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 시정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주민소송제 운영이 활발하다.

일부 서천주민들은 지난 2006년 8월 군수가 사용한 2004-2006년간 업무추진비 중 9326만원이 위법하게 집행됐다며 배상을 청구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결과는 주민패소로 확정됐지만 주민소송제를 통한 주민직접참여제도가 실현되고 있다는 의미를 주고 있다. 최근엔 청양시민연대가 청양군수의 2005년도 업무추진비와 지천인공폭포 추진 등 일부사업을 놓고 부당집행과 예산낭비를 초래했다며 주민소송을 제기해 양측간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공재정 감
▲ 후반기 의장선거 과정에서 시의회, 기초의회 등이 극심한 내부 갈등을 빚으며 ‘자리싸움’을 벌이는 데 대해 시민들이 각성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모습.
▲ 후반기 의장선거 과정에서 시의회, 기초의회 등이 극심한 내부 갈등을 빚으며 ‘자리싸움’을 벌이는 데 대해 시민들이 각성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모습.
시 보완 필요=국민의 부담으로 조성된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정부와 지자체 등이 예산의 사실상 주체인 시민들을 소외시켜오다가 주민참여 목소리가 불거지자 요즘들어 예산편성 단계에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홍보 부족과 시민단체 등 전문가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은 채 형식적 운영으로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시민단체와 시민전문가 집단의 참여방안 등 실질 운영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의 중기재정 계획 심사 강화와 재정투융자심사의 엄격 적용도 필요하다.일선 시군사업중엔 200억원이 넘으면 중앙정부 투융자심사를 받게되는 규정을 피하려고 사업예산을 200억원이 채 미치치 않게‘턱걸이’로 짜 시군 재정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공공건물을 짓는 사례도 횡행하고 있다.

감사원의 중립성 확보와 비정파성 유지로 틀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감사원의 역량강화를 조건으로 지자체 내부통제시스템의 한계 극복을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감사기능을 감사원 조직으로 통합 일원화 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경우 지방자치 자율권이 위축될 수 있지만 검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의 감사기능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과 직결됨으로 단체장의 인사권과 편향성에서 자유로운 감사기능을 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단체장이 일부 측근을 통해 조직을 감시하거나 인사권자의 눈치를 살피는 어용감사로 전락시키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방만한 운용을 하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이러한 맹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의 감사 기능을 통합해 감사원에 감사 기능을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의지를 갖고 감사를 하면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 시킬 수 있다. 지자체들은 인사권자인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갖고 업무를 추진 할 수 있는 배경을 조성하고, 비리와 도덕적 해이 그리고 전시 및 선심행정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는 순기능을 발휘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가 예산심의 등 본연의 역할수행을 확실히 하도록 하려면 최소한 기초의회에선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재대 정연정 교수는 최근 대전부패방지시민센터 등이 충남대에서 개최한 ‘지방의회 발전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단일 정당이 특정의회를 지배하도록 하는 문제는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대전참여연대 금홍섭 사무처장도 “기초의회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낭비 해결방안은?

▲예산절감 인센티브 등 필요= 예산낭비신고센터와 예산성과금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도 공직자들의 안이한 사고와 그릇된 행태, 전문성 부재와 선심성 사업추진 등은 곳곳에 눈에 띄고 있다. 또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나 예산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도 미비한 상태다.

예산 낭비를 없애려면 예산 편성시부터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 또 집행과 사후 관리 등에 대해서도 낭비적 요인은 없는지, 지자체와 국민이 함께 점검하는 틀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기관별 업무절차 흐름도를 작성하고 업무 단계별 효과를 분석함으로써 낭비요인을 발굴하는 제도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예산절약 포상금 지급이나 인사에 반영하는 등의 예산절감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투입된 예산이 얼마만큼 성과를 냈는 지 정기적으로 예산집행 실적 등을 평가하는 예산성과시스템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강원도가 내년부터 예산성과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예산 실명제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일의 추진을 좌우하는 것은 예산이다. 하지만 이런 예산의 기획과 집행이 별다른 고민 없이,책임 소재도 제대로 묻기 힘들게 흐지부지 되어있는게 현실이다.이런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그 대안이‘예산 실명제’이다. 예산 하나하나에 입안자의 실명을 걸고,그것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차후 고위 공직자의 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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