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쌀 한가마를 준다고 해서 그거 얻어먹고 사느니 차라리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게 낳지. 그런데 지금 상황에 도민들의 숙원인 도청 신청사까지 삼성에서 공사를 따겠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
태안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삼성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감은 팽배하다.
지역민들은 삼성의 진심어린 사과를 기대했지만 책임회피를 위한 지리한 법적 공방에 진저리가 난 상태다.
지역민들은 삼성의 지원대책을 ‘껍데기’로 치부하며 거부하고 있다. 이같은 삼성에 대한 반감은 최근 발주된 도청 신청사 건립공사로 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500억 원 규모의 도청 신청사 턴키공사 수주를 위해 물밑 작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기업들의 유동성 악화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매머드급 대규모 공사인 만큼 탐이 나는 것이다.
이는 도청 신청사의 경우 상징성이 있을 뿐더러 수주를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은 물론 충청권의 랜드마크 건설을 통한 기업의 네임밸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대전시가 대전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외지업체를 대상으로 지역업체 하도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서구 둔산동에서 삼성생명 사옥을 건축중인 삼성중공업의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이 14.2%로 가장 낮았다.
도청 신청사 턴키도 삼성물산에서 수주할 경우 예외가 아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역민들은 도청 신청사 건립 만큼은 지역을 대변하고 지역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한 업체가 선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업체가 선정돼야만 하도급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룡건설의 경우 태안기름유출 사고 이후 복구비 지원은 물론 이인구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 중장비 등을 동원해 주요 해수욕장 복원에 나서는 등 기름오염 피해지역 복구에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일본에서 발생한 유사한 피해사례를 통해 조속한 복구대책을 수립하는 등 ‘태안의 기적’을 일궈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계룡건설이 지역의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그동안 지역에서 추진한 많은 사업이 있었기에 선두적으로 나서 지원한 것이다.
피해사고의 주범(?)격인 삼성의 행보와는 사뭇 대조되는 대목이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직후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신분을 숨긴 채 수많은 자원봉사활동을 펼쳤지만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지역민들의 숙원이 담긴 도청 신청사 건립공사에 삼성물산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대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반대로 지역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업체에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입찰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민심이 고조되고 있다.
농업인 권 모(45)씨는 “삼성을 강제적으로 배척할 순 없지만 25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 세계적 명품청사로 건립되는 만큼 지역민들의 민심을 반영해 뜻깊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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