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가다 칼 빠뜨린 곳에서 뱃전에 표시하고 다음에 칼 찾는 각주구검(刻舟求劍), 좋아하는 여자가 다리 밑에서 만나자 한다고 폭우 속에 기다리다 떠내려간 미생이란 남자의 미생지신(尾生之信), 그루터기에 토끼 한 마리 걸린 뒤로 농사 작파하고 토끼 걸리기만 고대하는 수주대토(守株待兎). 세상의 3대 바보들.
태어나 처음으로
수도권을 흔히 비만에 비유하지만 그보다는 신경성 폭식증에 걸린 환자 같다. 그러한 증세를 누그러뜨리고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만들고도 이런저런 구실로 실효를 못 거뒀다. 88 서울올림픽으로, YS 때의 세계화 이데올로기로, DJ 때는 IMF 사태를 이유로 고삐가 느슨해졌다. 노무현 정부 때는 균형발전을 표방했으나 신개발주의 정책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지금, 경기 부양을 위한 고육책이라며 정면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들고 나와 들끓고 있다. 수도권 첨단 25개 업종의 규제가 철폐되면 비수도권 성장률이 50%에 그친다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자문단의 연구 결과에는 아랑곳없이 규제 때문에 수도권 죽겠다는 것이다. 그 논리 구조는, 음란물을 규제하면 사양 높은 컴퓨터와 화장지가 덜 팔린다고 전망하는 것보다 훨씬 어리석고 엉성하다. 말이 그만큼 안 된다.
말이 안 되는데도
그 미몽 같은 ‘이몽’을 덮으려고 견강부회(牽强附會, 이치에 안 맞는 말을 억지로 유리하게 끌어 붙임)는 계속되고 있다. 지방 살리는 대책, 지방이 죽게 된 근본 원인은 도외시하고 조만간 내놓을 ‘종합대책’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과 마찬가지다. 소 잔등에 붙은 파리가 아산에서 천안까지 이동했는데 “파리가 아산에서 천안까지 날아갔다”고 허풍 떠는 셈이라고나 할까. 파리는 소 등판에 납작 엎드렸고 실제 소가 간 것이다.
소 얘기 나왔으니 말인데, 지역 기업들이 혹독한 겨울나기로 끙끙 신음하는 이때 소뿔 고치기 위해 소 잡겠단다. 이럴 때 수도권을 풀어 먹성을 과시하는 처사는 나라 전체로서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 바로 그 순간이 각주구검의 초나라 사람, 미생지신의 춘추시대 사람, 수주대토의 송나라 사람에 교각살우의 서울사람을 더해 4대 바보가 완성되는 순간일 것이다.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규제완화를 당장 멈춰라. 수백 번 말했고 썼지만 지금은 ‘규제완화를 규제’할 때다. /최충식 논설위원 m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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