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원봉사
▲ 박찬우 대전광역시 행정부시장 |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원봉사는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으로 행하는 시민의 의무이다.
세계 제일의 자원봉사 나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전 인구의 56%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원봉사 참여율이 12%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에서 자원봉사자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근간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도서관의 서고 정리와 책 대출 보조를 하는 사람, 병원에서 환자를 수발하는 사람, 주말의 특별활동 학교 교사, 관공서의 안내원 등 생활 곳곳에서 자원봉사자와 마주칠 수 있다.
뉴저지주에 있는 소도시 린허스트 체육센터에는 38개의 스포츠팀이 있다. 그런데 이 커다란 체육센터 내에 정규 직원은 단 10명뿐이며, 200여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재정 역시 지역 기업과 개인이 내는 후원금으로 자체 조달하며, 시설들도 대부분 이들로부터 기증받은 것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방관들은 모두 공무원 신분이지만, 린허스트 소방서의 소방관들은 모두가 다 자원봉사자들이다. 소방서에서 59년간 자원봉사를 한 부친의 뒤를 이어, 1952년부터 50년째 자원봉사 소방관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뉴저지주에 있는 572개의 소방서 중 36군데를 제외한 모든 소방서가 100% 자원봉사자로 운영되고 있을 만큼 미국에서의 자원봉사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해야 하는 일상 활동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 자원봉사 참가 인구는 연간 1억 940만 명이며, 이들의 봉사시간은 총 199억 시간으로, 이는 정규직 직원 900만 명의 노동과 맞먹는다. 이로 인한 예산 절감액은 무려 28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이처럼 자원봉사가 활성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인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어린 시절 교육과정에서부터 자원봉사의 의무감을 배우고 있으며, 자신이 가진 부와 시간을 남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자원봉사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가는 해마다 연말에 열리는 ‘다른 날 만들기(Make a Difference Day)’ 행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웃을 생각하며 다르게 살자’는 이 캠페인에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이 매달 일정액을 불행한 그 누구에게 보내고 있으며,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수천 명의 지역대표 인사, 헐리우드 스타 등이 망라되어 참가한다. 19세기 유명한 정치학자 포크빌이 ‘미국 사회의 자원봉사는 생존을 위한 삶의 방식’이라고 공언한 것은 이러한 미국의 멘탈 파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현재 대전시의 자원봉사자 수는 11만을 넘어섰다. 자원봉사자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지방자치시대의 상징적인 인력이다. 일선의 접촉행정 측면에서 보면, 자원봉사란 주민참여를 통해 손이 모자라 섬세하게 처리되지 못한 행정 서비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퇴직자를 비롯한 수많은 잉여인력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동시에, 고령인구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올해 행정안전부는 16개 시·도 중 대전을 전국 최우수 자원봉사 도시로 선정했다. 우수 자원봉사자 마일리지증 발급, 공무원 자원봉사 참여 실적 가점제, 청소년 자원봉사 우수 프로그램 공모 사업 등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아이디어를 짜 내고 함께 흘린 땀방울이 최우수 영예를 안겨 주었다.
이번 수상을 발판 삼아 대전시에서는 자원봉사를 더욱 활성화하는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전광역시자원봉사센터(국번없이1365/ /http://nanumi.metro.daejeon.kr)를 중심으로 가족단위 자원봉사자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한마음 봉사단’ 모집, 우수 자원봉사자 표창, 자원봉사 상해보험가입, 우수학교 지원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자원봉사대축제, 자원봉사박람회, 한마음대회 등을 개최해 시민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일은 자원봉사자의 날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 자원봉사자의 넘쳐나는 활력이 행복 대전의 눈부신 비전을 열어 가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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