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울 만한 조형물 전무 '풍요속의 빈곤'

내세울 만한 조형물 전무 '풍요속의 빈곤'

<창조도시 대전 공공예술 만들기?

  • 승인 2008-12-03 00:00
  • 신문게재 2008-12-04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사람들은 집을 나서는 순간 공공(公共)영역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 공공이란 교통 표지판이나 공원벤치, 도로, 버스, 공원, 공공청사 등에서부터 심지어 휴지통에 이르기까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을 모두 일컫는다.

이처럼 공공영역의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합리적으로 꾸미는 작업에서부터 지역 구성원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작업까지 공공예술의 범위와 중요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올 초 실용정부가 꾸려지면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향후 핵심 국정과제로 천명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지방자치단체들도 공공영역에 예술을 입히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대전의 공공예술 현주소는 대한민국의 과연 어떤가. 또 공공예술이라고 할 만한 시도가 있었는가를 살펴보고 국내외 사례들을 대입해보자. <편집자 주>


▲대전지역, 소통을 중시하는 지역 공동체 예술인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두각’ 반면, 공공조형물 은 ‘낙제’

대전시가 지난 2006년 희망기획으로 시작했던 ‘무지개 프로젝트’는 떠나고 싶은 동네를 더불어 살고 싶은 동네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던 장태산 인근 정뱅이 마을이 지역의 공공 예술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지역 구성원과 소통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커뮤니티 아트의 사례가 지역에서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내세울 수 있는 거리 조형물이나 공공예술 작품들은 아직도 전무한 실정이다. 시립미술관 야외 조각품 20점을 비롯해 공공건물이나 민간 건물 앞 조형물들은 넘치지만 ‘랜드마크’적인 작품은 없다.

# 세상을 바꾸고 싶은 희망을 담는다. 대전시 ‘무지개프로젝트’

2006년 9월
▲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던 장태산 인근 정뱅이 마을이 최근 아름답게 탈바꿈돼 지역공공예술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던 장태산 인근 정뱅이 마을이 최근 아름답게 탈바꿈돼 지역공공예술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부터 동구 판암동 영구임대 아파트 주변에 흔히 보이는 깨진 창문과 보도블록, 지저분한 낙서가 사라지고 생활체육공원과 야외 헬스장, 장애인 이동통로가 조성됐다. 영구임대아파트에는 시가 76억원을 들여 도장·도배·싱크대 교체 등 리모델링 공사를 해줬다. 인근 학교도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해당지역 13개 학교에서 가사실, 도서실, 과학실, 어학실, 컴퓨터실 등을 현대화했고 잉글리시 카페, 잔디구장, 우레탄트랙 등을 새로 만들었다. 낡은 책·걸상도 새것으로 교체해 주었다.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지난 2월 말 판암·월평·법동 지역 주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1천5명(67%)이 매우 만족했으며 210명(19%)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무지개 프로젝트 지역대상(판암동 1·2동, 월평동, 법1·2동)으로 공공미술을 통한 주민참여의 ‘예쁜 동네 만들기’ 사업이 추진돼 12월 1일부터 4일까지 대전도시지하철역 전시장에서 결과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과 사회복지관, 대학 및 전문가 그룹 등이 역할분담을 통해 공공예술을 통한 △정주환경 개선사업 개선(벽화그리기, 동네상징 조형물 설치) △지역 공동체 복원 프로그램(노인·청소년 미술교실 운영, 장애인 미술심성치유교실, 동네 사진촬영 및 사업 참여)등을 추진해 구성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3단계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공모와 선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동구 대동과 중구 문창·부사동이 선정됐다. 폐가 땅을 활용해 마을 쉼터와 화단을 만들고, 빈 땅에 마을 꽃묘장 및 꽃동산을 만든다. 또 급경사 계단과 어둡고 꼬불꼬불한 뒷길은 ‘테마가 있는 골목길’로 바꾼다. 이 밖에 노인공동작업장을 설치하고, 지역사회복지센터를 개보수해서 대동지역 아동센터로 운영한다.

이광준 ·서울시 도시갤러리 추진단 책임 큐레이터는 “대전시의 무지개 프로젝트는 복지개념에서 시작된 사업이지만 지역 공동체와 사회복지관, 예술인들이 참여해 낙후된 환경을 개선·복원시키고 지역 구성원들 주체로 이끌어 낸다는 의미에서 커뮤니티 아트”라며 “국내의 좋은 사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와 농촌이 하나의 마음을 그리다. ‘정뱅이 마을’
지난달 28일
▲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이 공공예술의 지역 사례로 변화하는 모습. 변화되기 전 모습
▲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이 공공예술의 지역 사례로 변화하는 모습. 변화되기 전 모습
장태산 인근의 용촌동 정뱅이 마을에서 작은 축제 ‘마음속에 마음을’이 열렸다.

이날 축제는 현지 주민과 미술인, 지역 NGO 단체,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제 제목 ‘마음속에 마음을’ 의 뜻 처럼 ‘보따리를 풀고 서로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는 취지로 마을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도농교류와 농촌 활성화를 바라는 한마음으로 준비됐다.

정뱅이 마을은 가수원동에서 벌곡 방향으로 가다 흑석리를 조금 지나 갑천과 두계천, 호남선 철로에 둘러싸인 26가구에 인구 60여명의 아담한 농촌이다. 이 마을이 최근 아름답게 탈바꿈했다. 마을 주민과 미술작가들이 힘을 합친 결과이다.

이런 변화는 8년 전 이 마을 주민이 된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가 고령화, 공동화되어가는 지역 농촌의 현실을 새로운 방법으로 가꾸기 위한 대안을 오늘공공미술연구소와 대전지역 미술인들에게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제안해 시작됐다.

이들이 합심해 작성한 제안서가 지난해 농림부 녹색농촌체험 마을 가꾸기 사업과 올해 건교부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등에 선정돼 정부에서 2억 5000만원, 대전시와 서구에서 1억원 등 모두 3억 5000만원의 예산을 받아 본격적인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주민은 사업 선정이후 정뱅이마을가꾸기 추진위원회(위원장 백순자 용촌구세군교회 사관)를 구성했으며 오늘공공미술연구소에 녹색마을 마을 가꾸기에 대한 시설물이나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에 오늘공공미술연구소측은 이 작업에 참여할 작가들을 선정하고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담장 가꾸기, 마을 랜드마크, 성장형 벽화 등의 작업을 진행시켰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매니저였던 임재일 목원대 교수를 비롯한 공공미술작가, 동양화가, 설치미술가, 도예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22명이 주민들과 소통을 통한 마을을 변화시켰다.

#의무감으로 세워지는 지역 공공조형물
지난 98년 시립미술관 개관과 동시에 미술관 앞에 야외 조각품이 △98년 8점 △99년 3점 △2000년 2점 △2001년 5점 △2004년 2점 등 모두 20점이 세워졌다.

이 작품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장소성에 대한 고민없이 미술관 작품선정위원회에 의해서 수집됐다. 20작품 가운데 일부 작품은 좋다는 전문가는 평하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이곳의 공공조형물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다.

미술관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여고생들에게 이곳 조형물에 대해 묻자, 이들은 “작가나 작품 설명도 잘 되어 있지 않다”며 “또 미술관 앞이라서 조각품들이 곳곳에 있는 것이 아니냐”며 대답했다.
대전지역도 지난 95년 의무화된 공공기관이나 민간 건물 건립시 건축비의 1%(이하)에 대한 미술품설치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시는 년 4차례정도 미술장식품 심의 위원회를 개최, 작품에 대한 협의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건축주가 작가의 작품을 선정, 조형물 모형을 시에 제출하고 이것이 심의위원회를 최종 결정을 내리지만 대부분 건축주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조형물은 공모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전을 상징할만한 작품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최영근 한남대 미대 교수는 “대전지역에서 내세울 조형물은 없다”며 “공공건물이나 민간 건물에서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는 조형물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변화된 행정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사례들에서 배우기
‘1951년 프
▲ 변화된 이후의 모습.
▲ 변화된 이후의 모습.
랑스에서 공공건물 건축비의 1%를 미술품에 사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1% 건축조형물‘을 법제화시켜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공공예술의 의미를 확고히 한다. 이후 미국 등 다른 나라도 비슷한 법을 채택하면서 ’건축 속의 예술(Art in Architecture)‘ 개념의 공공예술이 자리를 잡게 된다.

유럽국가의 공공장소는 다양성과 통일성이라는 모순적이면서도 조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가로등, 벤치, 버스 정류장, 가로판매대, 도로표지판, 휴지통 등 모든 공공시설물이 개성적이면서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될 수 도록 만들어진다. 이 같은 특징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고 부른다.

대전시도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도시 디자인과에서 내년도 상반기에 시와 자치구 공무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교육을 전개시켜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1982년 ‘1% 건축조형물법’을 권장사항으로 도입하면서 ‘건축 속의 예술’이 뿌리를 내린다. 1%법은 1995년 의무화됐고 현재 ‘1% 이하’로 하향 조정돼 공공 및 민간 건축물에 적용,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폐지론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1% 조형물은 넘쳐나지만 공간과 겉돌아 ‘방치’ 수준의 ‘풍요 속의 빈곤’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시카고는 공공기관만 1%법을 적용하고 있다. 건축비의 1.33%를 조형물 설치에 사용하도록 하며 건축비는 시에 기금으로 납부된다. 이후 시는 해당 공공기관과 협의를 거쳐 장소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지역 구성원들과 협의한다. 이 과정에서 상업적인 의도를 갖는 갤러리 등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시킨다.

때로는 민간 건축부가 작품을 설치한 뒤 시에 기부채납을 하거나 세계적인 작가가 작품을 기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마르크 샤갈의 ‘사계’와 피카소의 ‘무제’ 이다.

현재 서울시는 디자인총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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