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같이 두꺼운 점퍼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었다.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동료끼리 모여 어제 나갔던 일 등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정모(55)씨는 어제가 아내와 결혼지 32년을 맞는 기념일이었단다. 어제는 다행히 미장(마루장식) 일거리가 있어 받은 7만 원으로 아내와 동네 횟집에서 오붓한 외식했다고 한다.
사실 정씨는 지
정씨는 “어떻게든 일을 받으려 벽돌 등짐도 마다하지 않아 그나마 25일을 채울 수 있었다”라며 “요즘엔 인력소 나오는 사람의 절반도 일을 못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6시 30분, 어둠은 점점 옅어져 새벽기도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지나갈 뿐 골목은 한적했다. 해뜨기 직전인 이때부터 인력소는 가장 바빠진다. 인부가 필요한 곳에서 전화도 오고 사람을 태우러 인력소에 직접 나오는 때도 있다.
자재를 나르는지 아니면 용접 같은 전문적인 일인지에 따라 쓰는 사람이 달라진다. 일당은 일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어 따로 협의할 게 없다.
일손을 찾고 일거리를 구하는 시간은 40분 만에 마무리 됐다. 동트기 전에 일손을 구해 날이 밝아질 때 곧바로 일을 시작하는 현장 노동의 특징 때문이다.
7시 30분이 넘었지만 인력소에는 40여 명이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부터는 급하게 일손이 필요한 곳 외에는 전화 오는 곳도 없다.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눴지만, 분위기는 적막했다. 교복차림의 학생들만 바쁜 걸음으로 등교를 서두르고 있었다.
쪼그려 앉은 채 언 손을 비비던 박모(42ㆍ관저동)씨는 이번 주말에 이사를 앞뒀단다. 일거리가 없어 소득도 줄었는데 아파트 관리비는 한 달에 20만 원 가까이 꾸준히 들어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란다.
박씨는 “아파트를 팔고 빌라 전세로 들어가기로 했다”라며 “지난가을부터 일거리가 너무 줄어 한 채 있는 집마저 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서부인력 임장수 대표는 “지난가을부터 현장노동 일거리가 눈에 보이게 줄기 시작했다”라며 “신뢰를 쌓은 건설업자의 경우 일당을 인력소에서 대납도 해줬지만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8시에 가까워지면서 하나둘씩 골목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때 작별 인사는 생략한다. 내일 다시 만나야 하기 때문이란다./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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