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들이 사상 최악의 연말을 맞고 있다.
곳곳에서 생산량 감축과 구조조정, 임금 삭감은 기본이고 사상 처음으로 내년 목표치를 올해보다 낮게 세우는 기업까지 나타날 정도다.
특히,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의 잇따른 감산체제 전환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는 등 도미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현대기아자동차 아산과 울산, 전주 등 국내 전 공장이 1998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10년 만인 이달부터 주말 특근과 잔업을 대부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감산체제로, 차량 2만대 정도의 생산이 줄어 한 달 평균 생산량(15만대 가량)이 10% 안팎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시장에서 70%에 가까운 제품을 납품할 만큼 주 거래처라는 점에서 한라공조 입장에서도 이에 따른 대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라공조 관계자는 “이미 여러 상황에 대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왔지만, 내년의 경우 상황이 달라져 목표치까지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3분기 최악의 매출과 영업실적을 기록한 한국타이어는 11월부터 감산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월평균 350만 본의 타이어를 생산했지만, 지난달부터 대전공장 10만 본, 금산공장 22만 본을 비롯해 해외공장까지 포함해 모두 60만 본을 줄이기로 했다.
대전공장 관계자는 “올해에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조차 주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한라공조와 한국타이어의 중소 협력업체는 철강과 주물, 기계부품 등 100곳이 넘는다. 지역에서는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들 기업의 목표 하향조정과 감산은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화동에 있는 한 주물업체 관계자는 “이미 주문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라며 “그나마 대기업은 감산이지만, 우리는 감원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들의 12월 업황전망은 최저치를 기록, 연말 체감경기가 최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ㆍ충남지역본부가 지역 132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가 대전 64.9, 충남 65.3으로 나타났다.
SBH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100 미만 이면 그 반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중소제조업체가 많은 충남지역이 전월 76.5에서 11.2P가 크게 하락했고, 대전ㆍ충남 전체로도 전월(71.6)보다 6.4P 하락한 65.2를 기록했다.
기업규모별로는 중기업(76.9→71.2)이 5.7P, 소기업(68.3→61.3)이 7.0P 각각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내수부진(65.1%)과 자금조달 곤란(32.6%), 인건비 상승(28.7%)을 애로요인을 꼽아 장기화할 경우 줄도산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대전ㆍ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연말 중소기업 자금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신용경색이 장기화할 경우 줄도산이 우려돼 유동성 추가지원과 내수부양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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