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수입 쇠
▲ 홍성구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 |
온 국민의 화두였던 ‘촛불시위’와 전세계를 경악케 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각기 상관없는 이슈지만 그 발단은 신뢰성 부재(투명성 상실)로 야기되고 악화된 상황임에 틀림없다.
광우병 위험을 간과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결정에 반발한 촛불집회는 끝내 가두시위로 발전하면서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의 강제해산이라는 극단의 처방과 종교계의 개입으로 평상을 되찾았지만 엄청난 국력낭비와 함께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의 상처만을 남겨두고 막을 내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은 태생적으로 부실을 안고 있었다. 신뢰가 보장되지 않은 서브프라임 채권을 이른바 파생상품으로 전 세계에 유통시킨 금융기관들이 무너지면서 연관된 다른 금융업체들이 도미노적으로 파산하고 말았다. 결국, 연쇄도산에 대한 불안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더욱 경색시키면서 세계 경제 대공황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국가와 국민간에, 시장과 시장간의 실추된 신뢰에 대해 감내해야 할 대가가 얼마나 가공하게 닥쳐오는지에 대한 뼈저린 교훈이라 하겠다.
서브프라임 부실과 같이 국내 경기침체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전국적으로 16만 가구의 미분양 주택, 주택시장과 연관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 불안에 따른 투매성 급매물 급증 등이 부동산 시장 붕괴의 전조는 아닌가 걱정이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을 막고자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나섰다. 건설사들의 미분양 주택과 보유토지를 매입해 일시적 유동성 경색을 풀고, 주택담보 대출금리 인하, 투기지역 해제 등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되도록 조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고육지책이 부동산 경착륙을 막을 것이란 긍정적 시각과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미봉책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격론이 뜨겁다.
다시 말해, 일본과 같이 버블붕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경기침체로 빠져들기 전에 부동산 경기 활성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과, 다소의 경기침체를 감내하더라도 차제의 위기를 통해 고질적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건전한 주택 건설·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부동산 대책은 구조적 모순으로 일관성이 없는 미봉책의 연속일 수 밖에 없었다. 주택건설업의 비중이 높은 국내의 산업구조상 주택건설은 서민을 위한 경기 활성화의 대안카드였고, 또한, 부동산을 통한 재산 증식에 길들여진 계층이 두터운 것을 감안할 때 다소의 부동산 거품이 있다 하여도 그 누구도 제거할 용단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등에 업고 많은 건설사들이 주택건설에 뛰어 들어 부를 축적하였다. 국민들의 주거공간 제공이라는 대의보다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조장하여 주택가격 올리기에 급급하였던 것이다. 결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은 언젠가는 주택시장을 안정시켜 주리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채 그 신뢰를 잃어 가고 말았다.
분명, 부동산 시장과 주택건설 산업에 위기가 닥쳐왔다. 작금의 부동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주택은 더 이상 투기대상이 아닌 주거용이라는 전 국민의 인식의 변혁이라 할 것이다.
또 정부는 주거개념의 새로운 부동산 패러다임에 맞는 일관성 있는 제도를 입안하여 도덕적, 재무적으로 우량한 건설업체만이 생존할 수 있는 건설 환경을 마련하는데 우선의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다시는 투기세력들이 발붙일 수 없는 부동산 시장 풍토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이번 위기가 국민과 정부간에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는 새옹지마의 역전의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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