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행저도시... 정부의지 절실

'우여곡절' 행저도시... 정부의지 절실

  • 승인 2008-12-01 00:00
  • 신문게재 2008-12-02 30면
  • 연기=김공배 기자연기=김공배 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됐다. 박정희 정권시기 행정수도 이전 백지계획으로부터 시작돼 노무현 정권시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마무리되기까지는 정쟁의 대상으로만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도시 건설이 시작되자 행정도시 건설은 더 이상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닌 건설 예정지와 주변지, 잔여지의 문제 그리고 다수의 지자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가 돼 버렸다. 더욱이 직접보상이 대부분 마무리 되고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하기 시작한 이래로는 예정지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대두됐다. < 편집자 주 >


지난 국감에서 한나라당의 유정복 의원은 행정도시 예정지내 보상금을 받은 주민 1만1587명중 1억원 미만의 보상금을 받은 주민이 48.3%이고 5000만원 미만을 받은 사람도 31.3%에 달하므로 이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 생계를 꾸려나기 힘들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들에 대한 소득창출지원과 취업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업시행 초기에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으로 건설청은 행정도시 개발사업의 기본목표중 하나로 기존 원주민이 도시개발사업지구 밖으로 내몰리는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예정지내 원주민을 행정도시의 첫 주민으로 삼고자 했다. 또 정부도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에 주민생계지원 사업 항목을 신설하고 도시건설 초기에 주민대표 단체인 주민보상대책위 산하 주민생계조합에 일부 사업을 위탁하기에 이르렀고, 그 생계조합이 주민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지 1년 5개월여가 지났다.

수도권 규제철폐(완화)에 대한 지방의 반대 민심이 들끓는 지금 행정도시 예정지 생계조합은 현 정치상황을 주민생계와 관련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으며 조합 자체의 현주소와 미래는 어떨까?

생계조합측은 주민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시건설의 지연 및 변질은 용납하지 않으나, 정부 위탁 사업은 철저히 전문성으로 수행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업의 현재도 중요하지만 30년을 바라보는 미래기업의 꿈을 가져야 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짧은 기간 안에 끝나버릴지 모를 주민지원 사업에 대한 불안감과 그 기간이 주민의 경험과 전문성을 길러 먼 미래를 대비하는 살아있는 직업전환교육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행정도시 주민생계조합원들이 종종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전인미답’이라고 표현하듯 행정도시내 생계조합은 우리사회에서 처음으로 원주민들이 도시건설 과정에서 만든 생계형 경제조직이다. 현재 다수의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그리고 신도시 건설지역에 만들어진 생계조합들이 행정도시 주민생계조합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생계조합의 사업은 지장물 철거, 수목이식과 벌채, 지하수 굴착공의 원상회복, 공공기관 시설관리, 무연분묘 등으로 생계조합은 이들 위탁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산하에 (주)전월, (주)장남, 농업회사법인 영농사업단(주)을 설립했고, 원주민 우선 취업 원칙하에 전문 인력을 고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영농사업단은 착공지연 구간의 토지를 토지공사로부터 임대해 주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재임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고 이익금은 전액 주민환원 사업으로 사용하며, 올해의 경우 비용을 제외한 임대료는 전액 환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연기군에 3500만원을 전달했고, 햅쌀과 배추를 직접 재배해 제공했다.

이들 사업은 과거의 모든 도시건설과정에서 원주민이 아닌 전문 기업들이 시행했던 사업들로 행정도시 주민생계조합이 처음으로 수행하는 사업들이다. 현재까지 평가는 아직 부족하지만 ‘기대이상’이라는 것이다. 생계조합측은 “부족한 경험을 노력과 성실로 보충하고 전문가를 채용해 배우며 일하다 보니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합은 수행중인 사업 대부분이 도시 기반공사 단계의 부대공에 속한다는 한계가 있다. 조합도 이를 잘 알고 있어 주민위탁 사업을 건설청과 공동으로 연구해 주민지원사업의 법제정 취지에 적합하게 확대하고자 희망하고 있다. 이는 원주민과 그 가족이 대상인 직업전환 교육이 과정수료 후에도 장기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구조가 취약한데 대한 정부 측 대안이 부재하다는 불만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나 정부의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사안일 수도 있어 보인다.

생계조합의 현재는 ‘사업진행 중’이다. 그러나 주민의 입장에서는 생계조합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과거 토지 수용과정에서 불거졌던 행정도시 원천반대 측 소 종중들의 ‘고향을 버릴 수 없다’는 한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현 조합간부들이 일방통행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불만들도 여기저기서 터진다. 생계조합측의 적극적 주민 끌어안기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생계조합 사칭 사기의 근저에도 생계조합과 주민간 갈등의 간극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사기 사건들의 경우 예정지내 존재하나 대표성이 없는 또 다른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의 이름을 사칭해 전국을 무대로 주민위탁사업을 하청주겠다는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주민갈등을 최소화 하고자 하는 노력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인근 지역으로 가 이주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로 자주 모일 계기가 없다보니 공동체성이 붕괴되고 있다며 생계조합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또 사라지는 과거의 삶의 터전을 보며 상실감을 느끼는 일부 주민들은 “정부가 하지 않으면 생계조합이라도 나서서 돈을 들여서라도 공사과정을 기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생계조합은 행정도시 건설과 공동운명체다. 그런 의미에서 생계조합의 행정도시 지키기 의지는 연기군, 그리고 충청권 전체와 하나일 수밖에 없고, 주민 생존권 차원에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생계조합은 행정도시는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를 종종 표출하고 있으며, 최근 대외활동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길 여러 문제 중 하나로 생계조합측은 투명성을 꼽고 있다. 생계조합의 한 실무자는 “주민의 생존권 차원에서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구설수에 오르거나 타깃이 되지 않으려 재정은 100% 투명하고자 노력한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는 행정도시 건설과정 초기를 민관갈등관리의 모범으로 제시하고 그 주요인으로 주민과의 대화와 협력을 꼽았다. 또 이 과정이 도시건설의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가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도 또한 이러한 입장일지 아직은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최근 건설청 인사개편에 대한 일부의 긍정적이지 않은 평가와 행정기관 이전고시 지연에 대한 우려처럼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원주민들은 정부의 전향적 자세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연기=김공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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